[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미래 핵심 성장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ERP(전사적자원관리) 뱅킹’의 브랜드명을 ‘DJ Bank’로 확정했다. 이달 중 브랜드 론칭을 통해 기업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선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8일부터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과 금융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특허청에 ‘DJ Bank’ 로고 상표권을 출원하며 새로운 ERP뱅킹 서비스의 브랜드명을 확정했다. 당초 ‘디지털제주뱅크’, ‘Dou+Bank’ 등 다양한 명칭이 검토됐으나 양사의 협력을 상징하는 ‘DJ Bank’로 최종 결정됐다.

신한금융은 이달 중 브랜드 론칭을 통해 DJ Bank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서비스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제주은행과 더존비즈온이 선보일 ERP뱅킹의 공식 브랜드 명칭이 될 것”이라며 “준비 중인 서비스 내용을 알리기 위해 이달 중 브랜드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내년 초 출시 목표로 ERP뱅킹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4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제주은행 지분 14.99%를 확보하며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ERP뱅킹은 진옥동 회장이 직접 강조한 그룹의 미래 핵심 동력 중 하나다. 진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와 더불어 ERP뱅킹을 신한의 미래를 이끌 3대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진 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규제환경 변화는 금융사의 본질적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거대한 흐름”이라며 “ERP뱅킹,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이 ERP뱅킹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업의 내부 데이터와 금융을 직접 결합해 전례 없는 수준의 ‘맞춤형 기업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RP뱅킹은 기업의 ERP에 은행 금융 서비스가 내장되는 ‘임베디드 금융’이다. 기업의 실시간 자금 흐름과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해당 기업의 필요에 맞는 금융 상품을 적시에 제안할 수 있다.

특히 방대한 ERP 데이터를 기반으로 은행은 기업의 재무 현황을 실시간 분석하고 맞춤형 대출·보험·카드·투자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ERP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직접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제주은행은 ERP뱅킹을 통해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소기업 특화은행으로 포지셔닝한다. 지역 기반 은행을 넘어 전국 단위의 디지털 기업은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AI 등 다른 혁신 기술과도 시너지를 높인다. 최근 제주은행은 ERP뱅킹사업단 내에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향후 ERP 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자금 흐름 예측, 최적의 금융 포트폴리오 추천 등 한 차원 높은 혁신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RP뱅킹의 성공은 신한금융의 임베디드 금융 전략 확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주은행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비금융 플랫폼과 협력해 임베디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RP뱅킹 사업을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그룹사 전체로 확산시켜 더욱 포괄적인 기업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은 ERP뱅킹,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