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올해 3분기까지 국내 5대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이 8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집중된 진료과를 중심으로 보험금이 빠르게 늘면서 보험료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5대 손보사 실손보험금 8조5000억원..도수치료 등 정형외과 1위 (사진=연합뉴스TV)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가 올해 1~9월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8조48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수치로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7.6%)을 크게 웃돈다.
진료과별로는 정형외과가 1조8906억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22.3%를 차지하며 29개 진료과 중 가장 많은 보험금이 지급됐다. 그중에서도 정형외과의 비급여 비율은 70.4%로 전체 평균(57.1%)을 크게 웃돌았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 등 고가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이 상위권에 포함되며 비급여 진료가 집중된 구조가 나타났다.
비급여 항목 중심의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도 악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 지급보험금 12조9000억원 중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는 2조2903억원, 비급여 주사제는 6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3분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로 손익분기점(100%)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출이 많아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은 비급여 관리를 실손보험 개편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비급여 항목을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50%까지 높이는 내용의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건당국도 도수치료 등 과잉 진료 논란이 제기된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 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 1·2세대 실손보험에서 가입자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담보를 제외하는 '선택형 특약 구조 개편'과 과도한 비급여 청구 반복 계약에 대해 이를 회수한 뒤 5세대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계약 재매입 제도'도 논의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비급여 항목에 지급이 쏠리면서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보험금 사용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진료 중심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