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정치권의 새벽배송 전면 금지 주장이 업계 전반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 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업계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벽배송과 주7일이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 배송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의 새벽배송 금지 법안 논의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서비스 및 주7일 배송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 금지 법안 논의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서비스 및 주7일 배송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SSG닷컴은 지난 12일 새벽배송 무료 혜택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4만원 이상 구매 시 적용되는 무료배송 기준을 2만원으로 대폭 낮춰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SSG닷컴은 쓱 새벽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주소지에 따라 밤 10~11시까지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배송된다. 수도권, 충청권(대전·세종·청주·천안·아산), 전국 광역시 및 특례시(부산·대구·광주·울산·전북·창원)에서 이용 가능하다.
쓱 새벽배송의 물량은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다. SSG닷컴은 자체 물류 시스템인 네오를 운영했으나 CJ대한통운과 손잡고 700여개소 인프라를 활용해 미운영 광역시까지 배송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배경과도 맞물린다. SSG닷컴 고객에게 요일에 상관없이 더 넓은 지역에서 신선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택배 주7일 운영을 내달부터 시행한다.(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택배 주7일 운영을 내달부터 시행한다. 롯데택배는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3사 물량을 확보했고 CU 물량에 한해 주7일을 시범 운영한다. 경쟁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이미 주7일 배송을 운영 중이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러한 배송경쟁에 합류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CU는 접수 후 다음 날 원하는 곳으로 곧장 배송되는 내일보장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6시 이전에 접수되는 물품은 다음날 곧장 고객이 지정한 곳으로 24시간 내 배송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택배사들의 주7일 배송 확대는 편의점 택배 물량의 증가와도 맞물린다.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편의점 택배 서비스 자체의 가격경쟁력 및 편리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40조원대로 성장하면서 개인 간 물류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유통업계 내 배송서비스 확대로 택배사들의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은 업계를 연결하는 필수 인프라가 됐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탈쿠팡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커머스들의 기존 배송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사들이 주 7일 운영제를 확대하는 주된 배경은 쿠팡이 촉발한 배송 속도 경쟁에 대응하고 고객사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존 및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 혁신에 있다”고 말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새벽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우재준 의원실)
■ “금지, 해법 아냐” 여기저기서 새벽배송 금지법안 반대 목소리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 금지에 대해 업계는 소비자들의 불편과 고용 불안, 유통산업 축소 등 여러 우려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새벽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재준 의원은 이 날 토론회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하는 방식의 금지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은 “새벽배송 논의 과정에서는 실제 서비스 제공 주체와 현장 노동자들이 배제된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은 유통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이미 생활 인프라로 안착한 만큼 이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지가 아니라 근로시간 유연화, 충분한 휴식 보장, 총 근로시간 관리 등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송 주체인 배송 기사들과 소상공인들도 수입과 매출 타격을 우려하며 새벽배송 금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금지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물량 확보와 수입 유지를 원하는 기업과 배송 기사들에게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빨리 배송하고 주말에도 배송하는 것을 넘어 뉴노멀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