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강조하던 KT가 갑자기 자체 LLM(초거대언어모델) ‘믿음’을 다시 꺼내들었다.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정부의 방향성에 맞춰 ‘자강’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더불어 투트랙 전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빅테크의 역량을 얼마나 잘 흡수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자료=연합뉴스)

4일 KT에 따르면 AI 개발자 커뮤니티 허깅페이스를 통해 자체 개발한 LLM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일차적으로는 자사 AI 생태계 저변 확대에 힘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랜만에 ‘믿음’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믿음’은 2023년 1.0 버전 출시 이후 AICC와 지니TV 등에서 활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발표 이후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KT가 ‘자강’ 쪽으로 AI 전략 방향을 선회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간 타 통신사들과 달리 외부 협력에 더 무게를 싣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6월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한 이후 이에 기반한 전략을 실행해 왔던 것이 대표적이다. MS와 함께 개발한 한국적 AI와 SPC(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가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소버린 AI’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경우 민간 전문가 시절부터 꾸준히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이에 발맞춰 KT도 자체 역량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MS 협력과 동시에 자체 LLM 고도화도 계속 추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선이 한 쪽에만 꽂혀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꾸준히 투트랙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해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자강·협력 병행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KT 측 관계자는 “KT의 AICT 전략은 빅테크 협력과 자체 LLM을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시장에 공유하고 있었다”며 “자체 보유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었으며 내부 R&D의 결과물이 완성되면서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 주목해봐야 할 부분으로는 ‘빅테크 역량 내재화’가 꼽힌다. 지난해 10월 AICT 사업전략 기자간담회 당시 김영섭 대표는 “KT가 가지지 못한 전문 역량을 MS에서 충족하는 과정을 통해 내부의 많은 인재들이 고도의 역량을 장착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는 MS에의 종속 우려가 커지는 점에 대한 회사 측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KT의 자강 행보가 조명되면서 이 부분이 실질적인 관건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MS와의 협력이 강조됐기에 자체 모델에 대해서는 주목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며 “‘자강’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한 만큼 KT 자체의 AI 관련 역량이 얼마나 고도화됐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