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셀트리온과 휴마시스의 2년여간 이어졌던 법정 다툼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셀트리온의 일부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127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장기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셀트리온이 휴마시스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셀트리온이 휴마시스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사진=셀트리온)
이번 소송전은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셀트리온과 휴마시스는 코로나19 항원 신속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의 공동 개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단이 됐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까지 진단키트 납기를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23년 1월 휴마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602억원 규모였던 청구 금액을 2024년 5월에는 1821억원 규모로 3배 이상 증액했다.
이에 휴마시스 측은 오히려 셀트리온이 일방적으로 진단키트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자 계약 파기를 주장하는 등 갑질과 횡포를 부렸다고 맞섰다. 휴마시스 역시 셀트리온을 상대로 물품대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재판부는 휴마시스의 납기 지연으로 인해 셀트리온이 입은 손해를 인정했다. 이에 휴마시스에게 지체상금 등 원화 38억8776원을 셀트리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셀트리온의 일부 승소를 인정했지만 127억1072만원을 휴마시스에 지급하라는 판결도 함께 내렸다.
셀트리온 측은 “휴마시스의 공급 지연이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당사가 피해를 받은 부분이 실존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라면서 “(휴마시스에 127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은)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고찰 대신 ‘대기업은 강자이며 중소기업은 약자’라는 사회 통념에 입각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판결에서 계약 해지 요건 중 하나인 공급 지연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해 당사의 물품대금 지급 의무를 대폭 제한했음에도 공급 지연 때문에 이뤄진 당사의 계약 해제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점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재판부가 휴마시스의 공급 지연 사실을 인정한 만큼 항소를 통해 부득이하게 해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면밀히 소명할 계획이다.
업계는 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1심 소송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