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문 투자자라고요?”..홍콩ELS 투자 피해자들, 2차 집회서 ‘울분’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19일 금감원 앞 2차 집회
김득의 대표 “은행도 몰랐던 위험성을 투자자가 알수 없어”
“세상물정 모르던 주부..자산 90% 부어 정상적 투자 아냐”
투자자들, 은행·당국에 피해 보상 촉구하며 눈물의 삭발식도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1.19 16:15 | 최종 수정 2024.01.22 14:14 의견 21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여기 계신 분들이 전문 투자자라고요? 전문 투기꾼이라고요? 그 주장대로라면 이분들은 선물, 비트코인 같은 변동성이 큰 상품에 직접 투자를 하지 1~2% 조금 더 수익을 내겠다고 ELS 상품에 가입하겠습니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게된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앞에 모였다. 이들은 홍콩 ELS 상품 재가입자 비율이 많아 배상안 적용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세상물정 몰랐던 평범한 사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자료=윤성균 기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감원을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00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은행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불완전판매 사과하라”, “원금 전액 보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결의문을 대표 낭독한 A씨는 “은행은 금융상품 판매시 상품에 내재된 위험성 및 상품의 특성을 충분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고객이 이해했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고의인지 과실인지 금융소비자들에게 상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더욱 이해하기도 힘든 빠른 속도로 기계를 활용해 안내하며 부당하게 권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날 일이 없다’, ‘금리가 높고 안전한 상태다’ 등 어떻게 은행 대부분의 지점에서 고객들이 한결같이 똑같은 안내를 받았겠느냐”며 “이는 금융의 업무인 예금자 보호는 외면하고 실적에만 은행권의 과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완전판매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판매 당사자인 은행측으로부터 당연한 보상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정책 당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은행권에 대해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묻고 동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재가입자는 피해 보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는 예적금이 아니라 자기 책임하에 드는 금융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투자경험이 많은 재가입자의 경우는 배상비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홍콩 ELS 상품 가입자 90% 이상이 재가입한 것은 조기 갱신을 통해 계속적으로 원금과 이자가 보장됐기 때문”이라며 “핵심은 처음에 가입할 때 상품 설명과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받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태의 대다수 유형에서 전쟁이 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손실 날 일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은행원들도 이 상품이 고위험 상품으로 인지하지 않고 저위험 상품으로 알고 판매한 것”이라며 “은행원들도 안전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상품을 어떻게 가입자가 이 상품을 위험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00번 양보하더라도 피해보상 기준이 재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마련돼야 한다”며 “또 사기적인 불완전판매를 당하신 분들은 100%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홍콩ELS에 가입해 피해를 입게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 발표가 있었다.

사회 초년생인 24살 딸과 함께 예금인 줄 알고 홍콩 ELS에 가입하게 됐다는 주부 B씨는 “2021년 당시 OO은행 직원이 앞으로 금리 0%의 시대가 올 것이고 저금리 시대에 이런 좋은 상품이 없다며 가입을 권유받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B씨는 “저는 예금밖에 모르고 펀드 같은 거는 절대하지 않는다며 안전한게 맞냐고 물어봤지만 은행 직원은 끝까지 안전하다 답변했다”며 “ELS라는 것이 이렇게 위험하고 원금 손실될 수 있는 투자상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면 아무리 많은 이자를 준다고 해도 결코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외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전업 주부로 일하다가 뒤늦게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을 대부분 잃게된 여성 C씨도 “제 자산의 90%가 ELS 상품인데 이게 정상적인 투자자의 자산 비율인가”라며 울먹였다.

C씨는 “실적에만 급급해서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원금 손실이 안 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며 “30년을 믿고 거래한 은행에서 이런 고위험 상품을 안전한 상품인냥 가입시켜 사람을 사지로 몰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은행은 지금 사인과 녹취만 가지고 책임 회피만 하려고 한다”며 “철저하게 조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콩 ELS 피해 투자자 모임은 피해 보상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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