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대 시중은행 중 4곳에서 새로운 수장이 취임했다. 은행권에 대대적으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은행들의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신임 행장들이 어느덧 취임 후 첫 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 은행 새 수장들이 거둔 성과를 짚어보고 어떤 미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정진완 우리은행장 (자료=우리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잇단 금융사고로 위기에 빠졌던 우리은행이 정진완 행장 취임 이후 첫 분기 금융사고 ‘0건’을 기록하며 조직 안정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1분기 당기순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실적 면에서는 여전히 난관에 빠져있다. 실적 감소의 주원인이 미래 사업 투자인 만큼 반등의 여지는 남겼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분기 63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2.9% 증가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번 분기에 반영된 약 1690억원 규모의 명예퇴직 비용이 꼽힌다. 이로 인해 판매관리비는 1조1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급증했다.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단기적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자이익은 1조9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4.5% 감소한 2520억원이었다.

원화대출 잔액은 33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기업대출(183조 원, 4.5%↑)과 가계대출(144조원, 5.7%↑)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44%로 직전 분기(1.40%) 대비 상승했으나 전년 동기(1.50%)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건전성 지표는 다소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2%(전년 동기 0.21%), 연체율은 0.37%(전년 0.30%)로 상승했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16.21%)과 보통주자본비율(CET1)(13.49%)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 금융사고 ‘제로’ 달성..정진완표 내부통제 혁신 주효

정진완 체제의 1분기 가장 큰 성과는 금융사고 0건을 기록한 것이다. 정 행장은 취임 이후 ‘신뢰’, ‘고객 중심’, ‘혁신’을 3대 경영목표로 내세우며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

이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다른 주요 은행들의 상황과 확연히 대비된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은 5건(사고액 488억원4500만원), 국민은행 4건(110억원9800만원), 농협은행 2건(221억원5100만원), 신한은행 2건(37억원500만원)의 금융사고를 기록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는 올해 들어서만 13건, 857억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이 금융사고 ‘제로’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시나리오 기반 부정거래 검사 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이 있다. 이 시스템은 기존 금융사고 패턴을 분석해 연소득 허위 입력, 자금용도 증빙자료 위조, 고객 몰래 예금 해지 등 다양한 사고 유형별 행동 패턴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이상거래 발생 시 실시간으로 담당 검사역에게 알림을 보내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내부통제 데이터베이스 구축, 모니터링 시각화 대시보드 개발, AI 기반 통합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금융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영업현장에서는 내부통제관리역-내부통제전문역-내부통제지점장을 배치하는 ‘내부통제 3중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내부통제관리역에 내부통제전문역이 신설되고 내부통제지점장이 재편되면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전담인력은 총 236명 규모로 확대됐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임직원 순환보직, 1인 업무 독점 방지, 업무매뉴얼 표준화 등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정 행장은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내실 성장·신뢰 회복 중심의 경영전략

실적 개선을 위한 정 행장의 전략은 크게 ‘내실 성장’과 ‘신뢰 회복’ 두 축으로 요약된다. 외형 확장보다는 우량 고객과 핵심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기업금융과 리테일 금융의 균형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 고객 수 확대에 높은 비중을 두고 급여·연금 등 실질적인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임대업 대출 등 저수익성 부문을 축소하고 외환손익,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수익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반의 내부통제 혁신은 장기적으로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 우리WON뱅킹을 전면 재구축한 ‘뉴 우리WON뱅킹’을 선보였다. 지난달 18일에는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했다. 별도 앱 없이 우리WON뱅킹에서 비대면 가입과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우리투자증권의 MTS ‘우리WON MTS’가 상반기 내 탑재되면 명실상부 ‘슈퍼앱’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1분기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대폭 제고했다”며 “2분기에는 증권사 영업을 본격화하고 알뜰폰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의 수익 창출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