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을 향해 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 1% 이하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동반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복사판 수순이다. 이는 한국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위기라는 경고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작용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실질 금리 하락을 제약한다. 경기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저물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규제 재검토, 신규기업 진입 활성 등 시장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다.

주식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기업 수익성과 자산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크게 저평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밸류업 공시를 통해 저평가 돌파 노력을 기울인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체질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단기적인 이벤트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 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혁이 동반되는 정책만이 저평가 분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한국정경신문 창간 15주년을 맞아 저성장, 저물가, 저평가를 돌파하기 위한 산업 분야별 기업들의 구조개혁과 정책을 짚어본다.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점유율 구도다. 1위 거래소 업비트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 법인들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허용되는 만큼 시중은행과 제휴 중인 빗썸과 코빗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빗썸의 경우 올해 상장 추진을 본격화할 방침이라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빗 역시도 생존이 걸린 만큼 법인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경 (자료=빗썸)

15일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의 각 거래소별 24시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업비트가 약 65.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 ▲빗썸 31.7% ▲코인원 2.2% ▲코빗 0.5% ▲고팍스 0.1% 순이었다.

거래소들의 기업가치와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가 점유율이다. 그러다 보니 업비트 1강 구도를 깨기 위해 각 거래소들은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적극적인 상장 정책 ▲수수료 무료화 ▲예치금 이용료율 상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일시적 효과 이상의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비트코인 등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으로 유동성 공급이 집중됨에 따라 알트코인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져 상장 정책이 당장 빛을 발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수수료나 예치금 이용료율을 조정하는 방안은 본질적으로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소라 ‘출혈 경쟁’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차별점을 발휘할 만한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다만 최근 법인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예고됨에 따라 이러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금융금융위원회가 법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법 집행기관을 시작으로 거래소와 비영리법인을 거쳐 하반기부터 전문투자자와 일반법인까지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보다 거래 규모가 큰 전문투자자 및 일반법인의 시장 진입이 허용될 경우 점유율 판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 전문가 A씨는 “국내 시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고 참여도 활발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만으로 구성된 시장이었기에 규모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했다”며 “법인들의 진입이 허용된다면 유동성 공급이 크게 증가해 거래소들의 수익성이나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확률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과 코빗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은행이 보유한 법인 고객 풀을 적극 활용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법인들의 시장 참여가 가시화되는 시점이 임박할수록 각 거래소들도 법인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에 법인 고객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제휴 중인 거래소들이 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거래소는 일찍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빗썸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전담 매니저가 법인을 직접 찾아가는 1:1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단순 회원가입을 넘어 가상자산 투자 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맞춤형 안내와 상담을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올 연말 증시 입성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된 만큼 법인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빗 역시 지난 2월부터 상장 건수를 크게 늘렸으며 제휴은행인 신한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비영리 법인에 대한 관리 서비스 및 매도 솔루션을 준비했으며 산하 조직인 코빗 리서치센터에서도 법인 참여와 관련된 보고서를 계속해서 발간 중이다.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놓은 빗썸과 달리 미미한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서라도 법인 영업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