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새마을금고 대규모 인출 사태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예금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가 새마을금고의 예금자 보호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된 개별 금고의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료=연합뉴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오전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 예적금 인출 규모와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재예치 금액과 신규가입 수도 증가하는 등 예금 유출 양상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정부 합동브리핑 이후 ‘안심해도 좋다’, ‘정부를 믿어 달라’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잇따른 메시지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한창섭 차관은 합동브리핑에서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며 “지급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제27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새마을금고의 전반적인 건전성과 유동성은 우수하고 정부가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브가 아닌 정부 말을 믿어달라”고 설파한 뒤 사직동 새마을본점을 방문해 6000만원을 예금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새마을금고도 5000만원까지 예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 시 5000만원 이상도 100%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의 메시지는 새마을금고의 예금자 보호 제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만약 부실 금고가 나오더라도 다른 금고와 인수합병돼 예금이 100% 보장되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이다.
정작 금고에 돈을 예치한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개별 금고의 건전성 지표 현황 등의 공개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 행안부는 이번 대규모 인출 사태의 불씨가 된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한 특별검사 계획을 아예 연기했다. 현장 검사가 시작되면 예금자가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자 연체율 10%가 넘는 30개 금고에 대해선 10일부터 5주간 특별검사를, 70개 금고의 경우 8월 중 특별점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별 금고의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최근 보도자료에서 예금자들에게 불안 조장하는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연체율 현황 등 구체적인 반박 자료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개별 금고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 상태는 고객들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중앙회 홈페이지 정기공시나 개별 금고 홈페이지의 경영공시 메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부실 여부 등 핵심 지표를 한 눈에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개별 금고의 건전성 지표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사이트가 제작돼 공유되고 있다. 금고명으로 검색하면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 순고정이하여신비율, 유동성 비율, 경영실태 평가 등급 등 핵심 지표만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 마저도 지난해 12월 말에 집계된 통계치라 올해 들어 경영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을 확인할 길이 없다. 올해 상반기 현황은 오는 8월 31일 공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5월 금융권 연체율 관리를 위해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했지만 새마을금고는 제외됐다.
다른 상호금융권이 매 분기 연체율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연말 연체율’ 만을 공식 관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와 중앙회가 부실 금고의 유동성 우려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자 뱅크런을 우려한 개별 금고에서 자체적으로 최신 유동성 현황 자료 등을 공개하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실제로 삼성전자 새마을금고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5월말 기준 연체비율 0.001%, 유동성비율 153.4%, BIS 자기자본비율 15.58% 등의 건전성 지표를 공개하며 “신용이 우량한 삼성전자 임직원 개인 대출만 취급이 이뤄지므로 시중은행 또는 저축은행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새마을금고도 “약 114억원의 자금이 국공채에 투자돼 있고 280억원은 중앙회에 예치돼 있으며 나머지 63억원 정도만 대출”이라며 “당 금고는 PF 대출이 없으며 연체비율은 0.1% 미만”이라고 밝히며 안전성을 설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중앙회가 부실 금고의 연체율을 쉬쉬하다가 새마을금고 전체의 건전성 우려로 확대된 부분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