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흑자 절실' VS 철강업계 '불황 예고'..생존 걸린 '후판 씨름' 승자는

포스코-현대중공업 후판가격 협상 '팽팽'
철강업계 "원재료 가격 상승..인상 불가피"
조선업계 "오랜 불황 탈출 절실..인하해야"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3.28 12:04 의견 0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펼치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보릿고개를 이어가는 철강업계와 적자 탈출을 바라는 조선업계가 생존을 둘러싼 후판가격 씨름을 벌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 원가와 철강사 제조 물량에서 각각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수익성과 직결된 협상이다보니 양측은 2분기를 앞두고도 좀처럼 점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철강사와 조선사는 연중 상·하반기로 나눠 가격 협상을 펼치친다. 최근 협의는 하나같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협상 지연으로 5월 말 마무리됐다. 하반기 협상도 12월이 돼서야 끝났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후판 가격을 톤(t)당 10만원 내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협상도 곧 철강사와 조선사간 가격 협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는 몇 년 동안 이어온 적자 고리를 끊어내려면 가격 인하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355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1조6135억원)과 삼성중공업(-8544억원)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 조선사들은 하반기 이뤄진 후판가격 인하 덕에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상반기 협상에서도 가격 인하를 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뛰면서 수익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운임포함인도) 가격은 이달 24일 기준 톤당 123.2달러를 기록했다. 17일에는 톤당 131.8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후판가격 인상을 외치는 배경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포스코홀딩스의 올 1분기 영업익이 7534억원으로 전년보다 67% 줄어들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의 영업익도 2527억원으로 63.8% 감소할 것이란 추측이다.

업계에서는 앞선 협상들을 미뤄볼 때 가격 합의가 오는 5월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도 상반기 내내 생존을 위한 후판값 줄다리기를 팽팽히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2년전부터 이어진 대규모 수주 물량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조돼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면서도 "후판가격이 다시 올라가면 경영정상화가 도로 멀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가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들고 경기 침체로 업황도 나빠지고 있다"면서 "상반기 협상에서 후판가격이 동결될 경우 손해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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