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유연하게 대담하게”..빅테크·인터넷은행, CI 바꾸고 리브랜딩 승부수

토스, ‘새로운 차원의 금융’ 포부 담아 로고 교체
케이뱅크, 능동적인 MZ세대 타겟 리브랜딩 시도
수십년된 로고 고수 중인 시중은행..고객 신뢰·이미지 고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9.06 11:40 의견 0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와 케이뱅크가 로고를 교체하고 새로운 리브랜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자료=각사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빅테크와 인터넷은행들이 ‘혁신 금융’의 포부를 담아 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꿨다.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20~30년 전 바꾼 로고를 그대로 사용 중인 시중은행들과는 브랜드 마케팅에서부터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전날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로고)를 공개했다. 지난 2019년 ‘공 던지듯 쉬운 금융’이라는 뜻을 담아 기존 로고를 공개한 지 불과 3년 만에 교체한 것이다.

빠르게 로고 교체가 결정된 데에는 기존 로고가 토스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적으로 있었다. 특히 지난해 3월과 10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가 출범하며 새로운 로고의 필요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토스 관계자는 “금융 수퍼앱으로 성장해 온 토스의 보다 넓은 비전을 담기 위해 새로운 로고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토스 브랜드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TF 팀이 조직돼 약 1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새로운 로고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바뀐 토스 로고는 파란색 원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형태로 평면이 아닌 3차원(3D)의 디자인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이 기존 3차원 로고를 2차원 로고로 단순화하는 흐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사용자의 평가는 다소 갈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일부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체로 3D로 표현된 로고가 기존의 단순하고 익숙한 로고에 비해 지나치게 역동적이고 세련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용자의 이러한 반응을 예견한 듯 토스는 로고 리뉴얼과 함께 리브랜딩 캠페인을 론칭했다. 공식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로고의 다양한 이미지 및 토스의 브랜드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와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캠페인 오프닝 영상 ‘The Journey’를 선보였다.

새로운 별(로고)을 찾아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 속에서도 꿋꿋하게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을 동화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오는 14일에는 토스 리브랜딩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브랜드 필름도 공개할 예정이다.

토스 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금융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토스의 진취적인 모습을 반영했다”며 “빛, 그림자, 질감, 공간감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세계의 감각을 내포하고 있는 로고는 사용자의 일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토스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출범 4년째인 지난해 8월 로고를 교체했다. 브랜드 슬로건 ‘메이크 머니(make money)’를 전면에 내세워 능동적인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금융의 본질적인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케이뱅크의 의지를 담았다.

지난 5월 선보인 브랜드 캠페인 광고도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을 강조하며 쉽고 편한 재테크를 선호하는 MZ세대의 능동적인 특성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와 인터넷은행들이 로고 교체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로고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기존 금융사와는 마케팅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20여년 전 교체한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국내 은행권의 인수·합병(M&A)으로 로고 교체가 활발히 이뤄진 이후로는 로고 교체 사례를 찾기 힘들다.

[자료=각사]

KB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2002년 ‘리딩 더 웨이, 투게더(Leading the way, together)’라는 진취적인 메시지를 담아 로고를 형상화했다.

신한은행은 2002년 지주회사라는 그룹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반영해 현 로고를 채택했다.

우리은행도 2002년 한빛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은행명을 바꾸면서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여명’을 표현한 현재 로고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1991년 설립 당시 도입했던 로고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고객을 환영하는 자세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면서 세계로 뻗어가는 진취적인 기상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로고를 통해 은행의 이미지가 잘 구축됐고 이미 고객들에게 잘 인지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로고를 교체할 필요성이 없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로고가 기업 이미지를 표출하는 핵심적인 부분인데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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