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통 키워드① 갑질] '오너'의 조건인가?..위디스크·미스터피자

오세영 기자 승인 2018.12.11 15:10 의견 0
2018년 갑질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교촌치킨, 위디스크, 미스터피자 (사진=픽사베이, 각 사)

[한국정경신문=오세영 기자]  [편집자주] 2018년 무술년(戊戌年) 유통가 한 해도 다사다난했다. 유통은 이제 단순 소비를 넘어 트렌드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한 세대를 읽는 문화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가는 소비자들의 기대에는 한 참 못 미쳤다. 어느덧 오너의 갑질을 일상사가 됐다. 오너가 선행을 하는 회사가 오히려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됐다. 제품에서는 금속 조각에서부터 단골로 등장하는 벌레까지 유통하는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2018년 다사다난했던 유통가를 '키워드'로 돌아본다.  

2018년, 유통업계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해다. 폭언과 폭행부터 머리 염색을 강요하는 엽기행각까지 깔수록 경악스러운 기업 오너들의 '갑질'은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갑질'은 단순히 논란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갑질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며 재판으로 넘어가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한다. 또 그룹의 상장폐기까지 불러오는 등 '오너리스크'로 이어지는 위기를 불러왔다.

다양한 갑질의 행태가 만연하지만 그 가운데 2018년 한 해를 대표하는 사건들을 모아봤다. 교촌치킨 오너일가의 폭행사건과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엽기 행각, 정우현 전 회장으로 상장폐기를 맞은 미스터피자 등이다. 

■ 더이상 '치느님' 아니고 '닭벼슬'..'팔이 안 쪽으로 굽은' 오너 일가

선호도와 브랜드 평판에서 선두를 달리던 교촌치킨은 '갑질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앓았다. 지난 10월 교촌치킨 권인강 회장의 6촌 지간인 A상무가 직원 폭행 사건으로 퇴사를 한 뒤 다시 임원직으로 복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A상무의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지난달 공개된 A상무의 폭행 영상은 지난 2015년에 찍힌 것이다. 영상 속 A상무는 대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인 '담김쌈' 주방 직원들을 상대로 위협하며 폭행을 벌였다. 당시 A상무는 교촌치킨 사업부장으로 근무중이었으며 이 사건에 대한 징계로 지난 2015년 4월 퇴사처리 됐다. 그러나 이후 A씨는 신사업본부장으로 복직했다. 폭행 사건부터 복직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A상무는 물론 교촌치킨도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폭행에 연루된) 해당 본부장은 당시 사건에 대한 징계로 2015년 4월 퇴사 처리가 된 바 있다. 이후 다음 해 복직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피해 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하며 당시 사태를 원만히 해소한 점에 따라 복직을 허용했다"며 "친척 관계가 아닌 교촌 직원으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어차피 다시 복직할 것 아니냐"는 등의 신뢰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촌치킨은 그동안 '치킨 선호도' 1위(리얼미터 2018년 5월 발표)를 달성하고 '치킨 전문점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는 2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받았다. 오너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교촌치킨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실추된 이미지를 복구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엽기 갑질'

웹하드업계의 위디스크도 갑질 논란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국미래기술의 양진호 회장이 그동안 직원에게 엽기행각을 벌여왔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양진호 회장이 사무실에서 남자 직원에게 폭행을 가하고 무릎을 꿇리는 등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악랄함이 세상에 밝혀졌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는 양진호 회장 소유의 한국인터넷기술원그룹 계열사 5곳(한국인터넷기술원, 한국미래기술,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블루브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양진호 회장은 폭행, 취업 방해, 임금 체불 등 총 46건의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대부분 퇴직자들의 진술에 의해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진호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직원에게 콜라가 든 유리컵을 집어 던졌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에 출근을 앞둔 퇴사직원의 취업을 방해했다. 여성 직원을 상대로는 직장 내 성희롱도 행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신체적 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양진호 회장은 직원들을 상대로 엽기 행각을 벌였다. 회식 때 직원들에게 생마늘이나 겨자를 강제로 먹이고 과음과 흡연을 강요했다. 직원에게 초록색, 빨간색 등으로 머리를 염색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진호 회장은 노동관계법도 다수 위반했다.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모두 4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임금도 체불했다. 또 서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등의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강형민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양진호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양진호 회장을 상대로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 '갑질'에서 '상장폐기 위기'까지..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나비효과

11일 미스터피자의 창업주인 정우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했다. 몇 년 전부터 지속됐던 갑질 논란과 횡령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11일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경영권 포기를 확약한다"고 밝혔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1990년 서울에서 1호점을 개점하고 2000년대 후반까지 피자 프랜차이즈업계 매출 1위에 빛났다. 이후 2000년 중국을 시작으로 2007년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업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 그러나 지난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이 경비원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식당 안에 있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셔터문을 내렸다는 이유로 50대 경비원을 폭행했다.

정 전 회장의 논란을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7년에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피자용 치즈를 자신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비싼 가격에 받게하고 통행세를 부과해서다. 이에 미스터피자를 두고 '치즈 통행세'로 1년동안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밖에도 가맹점에 갑질을 일삼아 온 정황이 밝혀졌다. MP그룹은 광고비 절반을 본사가 부담하게 하도록 하는 정부 지침과 달리 90% 이상을 가맹점주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또 자서전을 강매시키고 보복출점을 하는 등의 행각도 벌였다.

갑질의 꼬리가 길던 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돼 15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는 징역 3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MP그룹 오너리스크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P그룹의 주식은 지난해 7월 25일부터 거래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정 전 회장이 횡령과 배임으로 선고받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거래를 중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P그룹은 코스닥시장 상장 9년만에 퇴출 위기까지 맞았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난 10일 경영 개선 기간을 4개월 부여하기로 했다. 상장폐지는 일단 미뤄진 셈이다. 정 전 회장의 갑질이 결국 MP그룹의 악재를 불러온 격이다.

이렇듯 기업 오너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행각이 잇따라 드러나자 소비자들의 공분도 끊이지 않는다.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오너의 자질로 기업 이미지가 형성되는데..."라며 "'갑질'로 부정적 연쇄작용이 일어날 걸 알고도 저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니 인식이 안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0대 소비자는 "기업의 얼굴이 되는 오너 일가들은 소비자로 인해 그 기업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더이상 '갑질'이 만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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