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풍랑 극복할까..SK에 시총 2위 뺏기고 삼성에 영업익 밀려

AMPC 제외시 적자..삼성SDI, 업계 유일 흑자
시총 규모 최대 감소..SK하이닉스와 격차↑
투자규모 및 집행 속도 조절·비용경쟁력 확보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02 10:59 의견 0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75.2% 줄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자료=LG에너지솔루션)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톱 배터리사’ 체면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 1분기 어닝쇼크를 내며 업계 2위 삼성SDI보다 낮은 영업익을 거뒀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선 SK하이닉스에 2위의 영광을 내줬다. 다양한 비우호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배터리 시장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75.2% 줄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빼면 316억원 적자다.

이번 실적 추락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 출하량이 위축된 탓이다. 폴란드 등 주요 핵심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까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26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8% 줄었다. 하지만 AMPC 수혜를 제외하고 배터리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만큼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요 변동 영향을 덜 타는 프리미엄 차량용 배터리 판매 호조와 자동차 부문 실적 증대가 긍정적 요인이다.

실적 풍랑을 만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 관리에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시총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92조4300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100조5030억원)와 비교해 8조730억원 줄어 국내 기업 중 시총이 가장 많이 내려앉았다.

반면 2위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시총 규모 133조2244억원으로 28.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등이 보이는 반도체 시장과 부진한 배터리 업황을 고려하면 두 회사의 시총 격차는 당분간 벌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2년간 지켜온 시총 2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 역시 안갯속에 빠지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2년 전 상장 초기 때보다 떨어지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업종 간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자료=LG에너지솔루션)

■ 투자규모 및 집행 속도 조절..북미 중심 실적 상승 기대감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까지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투자 규모 및 집행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생산능력(CAPA)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되 투자 집행 규모는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원재료비 혁신으로 비용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리튬 같은 주요 광물뿐 아니라 전구체 등 원재료의 직접 소싱 영역을 넓혀 재료비를 절감한다. 글로벌 공급망 직접 투자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강화에도 힘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남경에서 양산을 시작한 ESS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북미 공략에 따른 AMPC 수혜도 기대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한 테네시주 얼티엄셀즈 2공장을 최근 본격 가동해 고객사에 제품을 인도하고 있다. 여기에 미시간주 3공장과 애리조나주 단독공장,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합작공장 등도 짓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실적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주력 고객사인 GM과 AMPC 지급 관련 협의 및 연간 전기차 판매량 계획 하향 조정 가능성과 오는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해 당분간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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