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2026년 정기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에 발맞춰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직급을 격상하고 전담 조직을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금융사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현황 점검’ 결과를 적극 반영해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금감원은 은행권 CCO의 낮은 서열과 짧은 임기, 전담 인력 부족 등을 주요 미비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CCO를 부행장급으로 전면 배치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소비자보호그룹장의 직급을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격상했다. 신임 CCO에는 박영미 남부영업본부장을 부행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조직 면에서는 기존 소비자리스크관리부를 ‘소비자보호전략부’로 재편하고 소비자보호그룹의 규모를 확대해 실행력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금융사기 예방유닛’을 신설했다. 보이스피싱 등 날로 지능화되는 금융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신임 CCO에는 박선현 부행장을 선임했다. 박 부행장은 지주 소비자보호담당도 겸직해 그룹 차원의 일관된 소비자 보호 정책을 추진한다.
신한은행은 사전 예방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 소비자보호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상품 판매 전 과정에 대한 사전 점검 체계를 고도화했다. 특히 2022년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박현주 부행장을 연임시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금감원이 권고한 ‘CCO 임기 최소 2년 보장’ 모범관행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다.
NH농협은행은 소비자보호지원국을 ‘금융사기대응국’으로 개편하고 준법감시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장에는 박장순 부행장을 선임했다. 박 부행장은 영업점 현장 경험과 감사 실무를 두루 갖췄다.
은행권이 소비자보호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최근 잇따른 금융·보안사고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서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와 함께 사이버보안 위협 사전 식별·평가,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 정보보호·보안수준 강화를 소비자보호 정책의 한 축으로 명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제적 소비자보호 강화가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인 데다 보안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전예방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전행 차원에서 소비자보호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소비자피해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