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내 IT보안 및 소비자보호 전문가 확충을 주문했다. 4대 금융지주는 이미 관련 전문가를 1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력을 뜯어보면 당국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반기보고서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각 사가 분류한 소비자보호·ESG 전문 사외이사는 총 4명, 디지털·IT 분야는 총 5명이다.
각 지주는 이사회의 전문분야별 역량을 구분하고 집합적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역량지표(Board Skill Matrix)’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전문성 기준을 충족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특히 소비자보호 분야는 ESG와 함께 묶어 역량을 평가하고 있어 전문성이 희석된다는 평가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여정성·김성용 이사를, 신한금융은 곽수근·김조설 이사를 소비자보호 역량 보유자로 분류했다. 하나금융은 원숙연 이사를 꼽았다. 반면 우리금융은 자체 평가 기준으로도 소비자보호 전문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가 없다.
이중 실제 소비자보호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는 KB금융의 여정성 사외이사가 유일인 것으로 평가된다. 여 이사는 소비자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소비자학회장을 지낸 소비자학 전문가다.
디지털 분야 역시 ‘IT 보안’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력난이 심각하다. 삼성SDS 부사장(연구소장)을 지낸 하나금융 윤심 사외이사가 유일하게 IT보안 및 개발 실무 임원 경력을 갖췄다.
KB금융은 최재홍 이사, 신한금융은 양인집 이사를 디지털 전문가로 꼽았다. 우리금융은 이은주·박선영 이사를 디지털·IT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주전공이 경제·경영학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디지털 경력도 강의나 위원회 참여 정도다. 금감원이 강조하는 ‘보안 사고 예방 및 대응’ 역량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IT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 1명 이상을 포함해 이사회를 구성할 것을 적극 추진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확립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다.
금감원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달 중 ‘지배구조 개선 TF’를 가동한다. 당장 연말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 각 지주는 인선 재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주총까지 추가적인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