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쿠팡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고객 이탈, 정치권의 김범석 의장 청문회 출석 요구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쿠팡은 지난 10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전했다. 이어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겸 법무총괄이 쿠팡 임시대표로 부임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사임했다.(사진=연합뉴스)
쿠팡 측은 “박대준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과정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로저스 신임 임시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불안 해소 및 조직 안정화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이미 한국에 들어와 업무 수행에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사내공지를 통해 “이번 사태에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는 쿠팡Inc 2인자로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하버드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로펌에서 10년간 기업 소송 및 규제 대응 분야 경력을 쌓고 2020년 쿠팡 최고관리책임자로 합류했다. 2021년부터 법무총괄을 겸임하며 미국 본사에서 경영, 법무, 리스크 관리 등도 담당해 왔다.
업계는 이번 로저스 법무총괄의 한국법인 임시대표 선임은 쿠팡Inc가 직접 한국 위기 상황을 컨트롤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그간 박대준 대표에게 국내 사업 권한을 일임했지만 지속적인 김범석 의장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어 직접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겸 법무총괄이 쿠팡 임시대표로 부임한다.(사진=쿠팡)
정치권은 이번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맹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쿠팡 고객정보 유출사고 대응현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집중 조사와 징벌적 과징금 도입 및 손해배상 실질화 등 제도 개선 추진 등이 논의됐다.
김민석 총리는 “쿠팡 고객정보 유출사고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의 정보보호는 플랫폼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쿠팡이 지난해 10월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중략)에 관하여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이용약관에 추가한 사안을 두고 쿠팡의 면책 의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본다.
정치권 비판의 목소리에 김범석 의장이 오는 17일 열릴 청문회 출석할 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 시기 정치권의 출석 요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의장 출석을 두고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김 의장의 핵심 인사인 해롤드 로저스를 한국 임시대표로 파견한 것은 이번 청문회 대리출석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국민 4명 중 3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피해라는 점에서 출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보안 허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압수수색도 11일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부터 쿠팡 본사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지난 10일에도 오전 11시께부터 10시간가량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개인정보 유출 범행에 사용된 IP를 확보해 이 유출자를 추적하고 쿠팡의 내부 고객정보 관리시스템의 기술적 취약성을 함께 살펴보기 위해 오늘도 추가 자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측은 “17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로저스 임시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라며 “미국 쿠팡 Inc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보안을 강화하고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