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경쟁력이 하반기들어 급격히 악화된 모습이다. 올해 기준으로도 사실상 체코원전 같은 대형 수주를 제외하면 해외 경쟁력이 하락하는 추세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건설사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11일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계약액은 17억2000만 달러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41억16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주 국가가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다양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0월은 사정이 더 어려웠다. 해외 수주 계약액이 15억 달러에 그쳤는 데 이는 전년 동월 74억 달러와 비교하면 79% 감소한 수치다.

올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413억 달러를 돌파하며 연말까지 500억 달러 돌파도 기대됐지만 급격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해외건설 수주는 2010년 715억 달러를 정점으로 찍은 후 2011년 591억 달러, 2012년 648억 달러, 2013년 652억 달러, 2014년 660억 달러 등을 유지하다 2015년 460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후 꾸준히 300억 달러 수준에 그쳐왔다.

다만 올해는 체코 원전 등의 대규모 수주에 힘입어 450억 달러는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올해 들어 11월말까지 누적 수주 규모는 446억 달러다.

업체별로 보면 한수원이 체코 원전 등으로 196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고 삼성물산 63억 달러, 현대건설 41억 달러, 두산에너빌리티 30억 달러, 삼성이앤에이(E&A) 29억 달러, 현대엔지니어링(ENG) 13억 달러, 대우건설 12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상위 10곳의 수주 규모가 전체의 90%에 달한다.

해외 수주가 2010~2014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배경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한 이유가 크다.

과거 중동 같은 대규모 도시개발 아이템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새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한 영향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원전 등의 수주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확대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수주 국가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95개국에서 지난해 101개국, 올해는 103개국으로 소폭으로나마 증가 추세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체코가 187억 달러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미국 51억 달러, 이라크 33억 달러, 사우디 28억 달러, 카타르 28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24억 달러 순이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수주 국가가 다양해 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특정 업체 수주에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통적인 건설업계의 영역이 줄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건설사들이 보다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아이템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