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미국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에 따른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급망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CMO 기업들의 수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 기준 10일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안이 압도적 차이로 하원을 통과했다. 국방수권법안은 상원의 찬반 투표와 이 법안을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두고 있어 연내 통과가 예상된다.
10일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안이 압도적 차이로 하원을 통과했다.(사진=연합뉴스)
생물보안법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과 유전자 데이터가 외국의 적대 세력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자국의 바이오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우려 대상 바이오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은 시간절차상 연내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에 있어 중국 기업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MO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리딩 기업이다. 특히 북미 제약사들의 수주 물량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법안 통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발빠르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국내 CMO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공시기준 체결한 신규 및 증액 계약은 총 8건, 누적 수주액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물보안법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CDMO 기업으로 리포지셔닝을 완료하면서 고객사들의 우려를 해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3분기에 전년 연간 수주액을 달성한 상태다. 올해 공시기준 체결한 신규 및 증액 계약은 총 8건, 누적 수주액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을 고려해 생산능력 초격차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끌어올린 18만L 규모의 5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며 총 생산능력을 78만4000L까지 늘렸다.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에 3개 공장을 추가 건설해 총 132만4000L까지 생산능력을 증강할 계획이다.
현재 2025년 기준 30만L 이상 글로벌 생산 케파를 보유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 5개사뿐이다. 이러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톱20 고객사에서 톱40까지 주요 고객군을 넓혀 시장점유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압도적 생산능력과 품질, 다수의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핵심 경쟁력을 통해 올해만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전역에서 다수의 신규 계약을 확보하는 등 고객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송도 신규 완제의약품 공장 공정률은 55%로 2027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CDMO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인천 송도에 신규 완제의약품 공장 건립이 순항 중에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 공장도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송도의 신규 완제의약품 공장 공정률은 55%로 2027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회사는 지난 11일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공장 지분 100%를 취득했다. 오는 18일 6555억원을 1차로 집행해 생산시설 및 운영자금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공장은 미국 내 수요 증가와 생물보안법에 따른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중요한 CMO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일라이 릴리의 CMO 수주 물량을 소화하면서 빠른 증설도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은 5년에 걸쳐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 확보 및 케파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일라이 릴리의 GLP-1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원료의약품 제조를 셀트리온 미국 공장에서 일부 물량의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셀트리온은 미국 공장 인수 계약 내용 중 5년간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 의약품 독점 위탁생산 계약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현재 우시앱텍이 원료 생산을 일부 담당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규 공장 증설과 해외 생산 거점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세계 각국에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