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이 인터파크, 예스24 등 기존 거대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티켓 예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해 말부터 야심차게 준비해 온 자체 티켓 판매 플랫폼의 명칭을 ‘TWO THE MOON(투 더 문)’으로 정하고 내년 상반기 공식 출시를 위한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21일 지식재산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TWO THE MOON’, ‘2TM’ 등 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상표는 우리은행이 비금융 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티켓 예매 플랫폼의 공식 서비스 명칭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브랜드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며 “티켓팅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중 오픈을 목표로 현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비금융 사업 확대 일환으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티켓 판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올해 2분기부터는 플랫폼에 브랜드를 입히는 브랜딩·마케팅 컨설팅도 별도로 추진해왔다. 이번에 상표 출원된 ‘투 더 문’이 이 브랜딩·마케팅 컨설팅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명칭에 우리은행의 차별화된 플랫폼 철학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개의 달’이라는 직관적인 의미 외에도 금융과 문화, 은행과 고객, 창작자와 소비자라는 ‘두 세계의 만남’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은행의 대표 자산관리 브랜드인 ‘투체어스(Two Chairs)’가 고객과 PB(프라이빗뱅커)를 각각 상징하는 두 개의 의자를 의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은행의 티켓 시장 진출은 이미 지배적인 사업자가 존재하는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도전이다. 우리은행은 ‘상생형’ 플랫폼을 표방하며 기존 대형 예매사이트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가장 핵심적인 차별점은 소규모 기획자와 창작자를 위한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콘서트나 뮤지컬 위주의 기존 예매처와 달리, 소규모 기획자와 인디밴드, 대학생 졸업 전시회, 지역 축제 등 상업과 비상업 콘텐츠를 아우르는 개방형 구조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신진 창작자들에게 홍보 및 자금 조달 채널을 제공하고 기존 플랫폼 대비 현저히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생 전략 뒤에는 우리은행의 치밀한 슈퍼앱 전략도 깔려있다. 단순한 티켓 판매 수익을 넘어, 우리WON뱅킹 앱과의 연동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의 융합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티켓팅 서비스가 우리WON뱅킹 앱과 연동될 경우, 자연스럽게 2030 세대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팬덤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은행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티켓 결제부터 자산 관리까지 이어지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티켓팅 플랫폼이 우리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우리WON모바일’과 함께 비금융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신한은행이 배달 대행 서비스인 땡겨요를 상생 플랫폼으로 정착 시킨 선례가 있다”며 “우리은행의 투 더 문도 단순한 티켓팅 서비스가 아닌 창작자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