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특히 연말에 대규모 예금 만기가 몰려있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연 2.6~2.65%에 제공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일 정기예금 및 자유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6%에서 2.7%로, 1년 만기 자유적금 금리는 연 2.8%에서 2.9%로 올랐다. 이는 지난달 18일 최대 0.1%포인트 인상 이후 불과 2주 만의 추가 인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수신 상품 금리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들도 시장금리에 금리가 연동되는 특성에 따라 이미 인상이 이뤄졌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신한은행의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은 연 2.65%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은 연 2.6%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이는 현 기준금리 2.5%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장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 센터에 따르면 은행 예금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31일 2.673%를 기록했다. 은행채 1년물 금리가 2.6%대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15일 이후 약 반년 만이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는 의미다.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은행은 안정적인 자금 유치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

연말로 갈수록 은행권의 수신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통상 4분기에 대규모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 예수금 만기 도래 비중은 저축은행이 31.6%, 상호금융이 26.6% 수준이다. 시중에 풀리는 자금을 은행들이 다시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질 수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은행권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도 출시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게임 성적에 따라 우대 이자율을 차등 제공해 최대 연 20% 금리를 주는 ‘오락실 적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그룹 공동 고객 사은 행사 ‘우리금융 다함께 페스타’의 일환으로 최대 연 7%의 ‘우리금융 다함께 적금’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예금 만기가 도래하는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 인상과 특판 상품 출시 등 수신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서 당분간 예금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