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중대 기로에 섰다. 그룹의 숙원이던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한 임종룡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다.
우리금융은 막 ‘완전체’를 갖췄다. 때문에 타 금융그룹과의 본격적인 경쟁 대열 합류를 위해서는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18일 열린 우리금융그룹 ‘2025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임종룡 회장이 종합금융그룹 체제 완성에 따른 그룹 시너지 계획과 전사적 AX(AI Transformation)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조만간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한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회장 임기 만료 4개월 전에는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복원’이라는 최대 성과를 임기 내 완수해서다. 이제 막 구축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현 리더십이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임 회장 취임 당시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가장 취약했다. 그룹 계열사는 15개지만 실질적 기여는 미미했다. 2023년 기준 우리금융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에 달했다.
임 회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와 포트폴리오 확장을 최우선 전략 과제로 삼고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취임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의 증권업 재진출이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7월 초 주주총회를 통해 인수를 마무리하며 11년 만에 보험업에도 복귀했다.
포트폴리오 완성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3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1조18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04% 성장을 점쳤다. 그룹 전체 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6% 수준까지 하락하며 구조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은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월 2일 1만5290원이던 우리금융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2만5800원으로 68.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지주사 전환 이후 최고 수준인 0.55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평가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은 전임 경영진들이 쉽게 해결하지 못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3년 만에 완수했다”며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최고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임 회장이 그룹의 숙원이던 완전체를 복원했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장기 사업 전략과 구조 변화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할 실행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 회장도 종합금융 체제 완성 이후 계열사 간 유기적 협력을 그룹 경영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추진한 8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 미래동반 성장 프로젝트’에도 그룹 공동 펀드 조성 등 그룹 시너지 실현 방안들이 포함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들이 성장한 과정을 보면 회장들이 2, 3연임하며 덩치를 키워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가야 금융사들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우리금융은 사업 구조를 잘 구축해야 다른 금융그룹을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선장이 바뀌면 사실상 새 판을 짜기 위해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