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2년 4개월여 만에 은행, 증권, 보험, 카드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했다. 성공적 인수합병(M&A)를 주도한 임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종합금융그룹 퍼즐을 완성하는데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동양생명·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으로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이자 임 회장이 취임하며 내세웠던 핵심 목표를 임기 내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약 10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시키며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했다. 이번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하며 11년 만에 생명보험업에도 재진출하게 됐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2001년 4월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 이후,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전 금융 포트폴리오를 포괄하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다시 완성하게 됐다”며 “오늘은 지난해 3월 예보 잔여지분 매입·소각으로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데 이어 1등금융그룹 재도약을 위한 여정에 큰 걸음을 내딛은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금융은 지주체제 재출범 이후 은행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극심한 수익 구조 불균형을 겪어왔다.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임 회장으로서는 공격적인 비은행 강화 전략을 추진할 당위가 있었다.

이번 증권 및 보험사 편입으로 우리금융의 수익 구조는 크게 개선된다.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산 순이익은 415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실적이 약 2910억원 수준이었으므로 단순 계산으로도 비은행 부문 실적이 2배 넘게 불어난다.

그룹 전체의 자산 규모 확대에도 크게 기여한다. 두 보험사의 총자산은 54조7571억원 규모로 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에 이은 생명보험업계 5위에 해당한다.

그룹사간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된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동양생명(2.86%)과 ABL생명(7.31%)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도합 33%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카드·증권·자산운용 등 그룹 자회사와 보험사 간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상품 출시와 자산관리(WM)/기업투자금융(CIB) 부문 통합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임 회장은 “방카슈랑스, 자산운용, 디지털 혁신, AI 대전환 등 다양한 분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과 주주 모두를 위한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보험사 편입을 계기로 임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다. 임기 동안 이뤄낸 종합금융그룹 완성이라는 뚜렷한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임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연임에 불리한 요인들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인한 내부통제 실패 책임론이다. 부당대출이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통보했다. 금융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 없었다면 보험사 인수도 물거품이 될 뻔했다.

임 회장의 연임 여부는 결국 남은 임기 동안 보험사들의 성공적인 그룹 내 안착과 시너지 창출, 그리고 금융당국이 지적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지에 달려있다.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지배구조 특성상 이사회 의중이 회장 연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정치적 리스크와 경영 연속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