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5대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대출 상품을 일시 중단하며 사실상 대출 ‘셧다운’에 돌입했다. 전례 없는 고강도 규제에 은행권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이 28일부터 모바일 앱과 인터넷 뱅킹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신용대출 접수를 일부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은 28일부터 모바일 앱과 인터넷 뱅킹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신용대출 접수를 일부 중단했다. 비대면 채널이 주요 사업 기반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사실상 신규 대출 영업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이는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의 직접적인 후폭풍이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고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묶이는 등 대폭 강화된 규제 기준을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는 작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오류나 규정 미적용에 따른 법적·금융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일단 비대면 대출 접수를 전면 차단한 것이다.

정부 대책이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사전 준비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전산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만 반영을 하는 거면 문제가 없는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은행별로 주요 Q&A를 모아서 당국에 문의 중”이라면서 “답변 내용에 대해 회의도 필요하고 재개 시점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은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상한, 2주택 이상 보유자 추가 주담대 전면 금지, 전 금융권으로 대출 규제 확대, 전입 의무 부과 및 갭투자 차단,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만기 제한, 신용대출 한도 및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제한 등 역대급 고강도 규제들을 담고 있다.

특히 세금, 공급 등 부동산 정책 수단은 배제하고 오직 금융 규제에만 집중한 ‘핀셋 대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수도권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통한 투기성 수요를 강력히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졌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높은 수도권 현실에 비해 대출 한도가 낮아 실수요자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은 단기적으로는 수요 억제 효과가 기대되지만 전·월세 시장 불안, 자산 양극화 등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축소되면서 수익성 하락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기존 계획의 50% 수준으로 축소되고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공급도 25% 줄어든다. 이로써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성장률이 기존 4%대에서 3%대로 약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은행권은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확대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우량 차주 중심의 여신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총량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은행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대출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이 낮은 성장률을 보였던 2022년과 2023년에도 기업대출 증가에 힙입어 총대출성장률은 약 3~5% 내외를 기록했다”며 “현재는 밸류업을 위해 RWA(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관리해야 하는 등 은행들이 높은 성장률을 추구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