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지난해 선도지구를 지정하면서 재건축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던 분당 신도시가 이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목표 시점까지 이주주택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내달 확정될 2차 선정기준에 대해선 ‘주민제안’ 선호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모방식이 될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라 주민과 지자체의 눈치 싸움도 발표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선도지구 지정에 도전했던 분당 신도시 까치마을 건영빌라의 모습. (사진=우용하 기자)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성남시가 제안한 이주대책 후보지 5곳을 검토한 결과 ‘2029년까지 입주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재건축 사업에 앞서 분당구 야탑동 유휴 부지에 1500세대 규모의 공공분양주택으로 이주 수요를 맞춘다는 방침을 검토한 바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성남시는 공공분양주택 재검토와 함께 5곳의 대체부지를 제안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입주 시점에 대체부지로 공급하기 어렵단 평가를 내리면서 이주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 커졌다는 것이다.

이주 대책 마련에 차질이 발생하면 재건축 활동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국토부가 이주 수요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용 정비물량 제도’란 이주수요 대비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실착공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재건축 단지들의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분당 선도지구의 착공과 입주 목표 시점은 각각 2027년과 2030년이다. 허용 정비물량 제도로 관리처분 인가가 늦어진다면 완공 시기는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다른 1기 신도시에선 이주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도지구 가운데 사업 진행 속도에서 뒤처질 수 있어 보인다.

분당 재건축은 2차 정비물량 지정과 관련해서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다음 달 선정 방식 확정을 앞뒀지만 주민제안과 공모방식 가운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성남시가 작년처럼 공모방식을 채택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모방식은 사전 공개된 선정기준에 기반한 점수로 평가받는 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가산점 경쟁 과열로 분담금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같은 가산점 경쟁과 동의율 확보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5년치 물량을 한번에 선정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반면 2차 지정을 노리는 단지들은 ‘주민제안’ 방식을 요구하는 중이다. 분당재건축연합회는 지난 4일 아파트단지 38곳이 참여한 연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다른 1기 신도시가 주민제안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인데 분당신도시만 공모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주민 제안’은’ 주민 합의 하에 진행되는 방식이라 불필요한 갈등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비계획 수립도 곧바로 가능해 공모 방식보다 빠르게 추진 가능한 부분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분재연은 “공모방식은 짧은 기간 동안 신청하고 순위를 정하는 방식인데 추가 공공기여와 같은 변별력 기준은 과열 경쟁을 만든다”며 “또 공모에 선정되지 못한 구역의 주민들은 정비계획 자체를 수립 못 하고 다음 차례도 기약할 수 없어 불안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제안은 각 단지 사정에 따라 준비하면서 구역지정 차례를 예측할 수 있기에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강한 요구에 성남시는 2차 정비물량 선정 방식은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한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각 단지의 의견 수렴도 병행해 사업 추진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다양한 방안을 열어 둔다고 당부하면서 공모방식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에 내달 발표 전까지 의견 조율 과정에서 선정 방식 확정을 위한 눈치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시 분당구 W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선정 방식이야 주민 의견을 듣기로 해서 다행이지만 1차 선도지구 일정이 지연되면 2차 단지도 연쇄적 늦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라며 “또 분당 신도시에선 제자리 재건축에 대한 갈등도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라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플랜을 정립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