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가 나란히 14억명 인구를 보유한 인도와 중국에서 ‘빛과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판매 편차 심화속 전기차 강점을 내세워 인도에선 대표 모빌리티 기업 도약을, 중국에선 부활을 노리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하반기 인도에서 첫 현지 생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보인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충전소도 같은 기간 485개까지 확대한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큰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잠재력 높은 핵심 신흥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앞선 전동화 전략 추진과 더불어 기업공개(IPO)도 앞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인 현대차인도는 오는 9월이나 10월에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상장으로 최소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선 35억달러(약 4조9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IPO로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단 방침이다.

현재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푸네에 신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인구 대국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가 핵심 병기다. 올 하반기 현지에서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5 N’을 내놓기로 했다.

앞서 4월 열린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도 아이오닉5 N을 현지에 공개하고 전동화 전략 실행을 알렸다. 이 차는 현대차의 첨단 전동화 기술을 집약해 주행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 N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란 평가를 받는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사장은 “아이오닉 5 N을 통해 중국 고성능 전동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현대차만의 차별화된 전동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남양연구소와 중국 기술연구소, 상하이 디지털선행연구소 등과 협업해 중국 시장에 적합한 현지화 EV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런칭해 중국 NEV(신에너지차) 볼륨 시장에 대응하는 전용 EV 모델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자료=현대차그룹)

■ 중국 판매 줄고 인도서 상반기 최다 판매..2분기 호실적 관측

현대차는 이처럼 인도와 중국에서 각각 전동화 전략으로 성장 탄력과 신속한 입지 회복을 노린다. 올들어 두 시장에서 판매 편차가 뚜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중국에서 4만7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0.3% 줄었다. 현지 점유율도 1.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0% 수준에 달했던 10년 전과 대비된다.

판매량은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수익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내 생산시설도 축소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이후 올초 충칭 공장도 정리했다. 창저우 공장도 곧 매각할 방침이다.

IPO에 앞서 승승장구를 누리고 있는 인도와 대조된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역대 상반기 최다 판매 기록을 올렸다.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의 인도 승용차(PV) 소매 시장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6월 현지에서 27만2207대를 판매했다. 작년 동기(26만6760대)보다 2% 늘었다. 인도 법인 상장을 통해 현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지 주목된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2분기에 분기 단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친환경차 중심의 SUV 비중 확대 등에 따른 효과가 2분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향후 견조한 하반기 실적과 다음 달 CEO 인베스트 데이에서 주주환원 방안 추가 제시 및 인도법인 IPO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에 따라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 효율화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현지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으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