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을 향해 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 1% 이하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동반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복사판 수순이다. 이는 한국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위기라는 경고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작용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된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실질 금리 하락을 제약한다. 경기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저물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규제 재검토, 신규기업 진입 활성 등 시장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다.

주식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기업 수익성과 자산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크게 저평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밸류업 공시를 통해 저평가 돌파 노력을 기울인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체질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단기적인 이벤트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 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혁이 동반되는 정책만이 저평가 분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한국정경신문 창간 15주년을 맞아 저성장, 저물가, 저평가를 돌파하기 위한 산업 분야별 기업들의 구조개혁과 정책을 짚어본다.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포스코와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광산에서 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통합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9226억원을 배터리 소재 자회사에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두 기업의 행보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3底(저성장·저물가·저평가)'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포항공장 조감도. (자료=포스코퓨처엠)

■ 포스코와 LG화학의 차별화된 수직계열화 전략

두 기업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그룹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되어 있다. 포스코가 광물을 중심으로 소재로 뻗어갔다면, LG는 배터리셀 기업을 보유한 만큼 이와 관련한 수직계열화가 눈에 띈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중 전구체-양극재-음극재 수직계열화를 실현한 기업으로, 원료-소재-리사이클링에 이르는 공급망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 CATL이나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과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다.

LG화학은 양극재를 중심으로 황산메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사용하는 양극재 내재화율을 현재 30%에서 2026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기업의 수직통합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경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 1분기에 전분기 413억원 적자에서 172억원 흑자로 전환했으며 특히 배터리 소재 사업 부문은 매출이 전분기 대비 32.4% 증가한 5056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2025년 1분기 영업이익이 4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스코와 LG화학은 수직통합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이어 "두 기업 모두 투자 계획을 전략적으로 조정하며 현금흐름 관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 원료부터 소재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 구축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수직계열화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자원 확보부터 정제, 소재화, 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계열사별로 수직화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기술 자립 기반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홀딩스는 리튬·니켈·흑연 등 핵심 광물 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리튬 광석을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수산화리튬과 흑연을 활용해 각각 양극재·음극재를 제조하는 것은 포스코퓨처엠의 몫이다.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에서 니켈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사업은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홀딩스(원료 확보)→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정제)→포스코퓨처엠(소재화)→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재활용)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통합 구축을 완성했다.

포스코그룹은 특히 전남 광양을 '배터리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있다. 2024년 2월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광양에서만 연 15만 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 양극재 생산 목표인 34만5000톤의 약 43%를 차지한다.

LG화학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 양극재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LG화학)

LG화학, 배터리 소재 사업에 6조원 투자

LG화학은 2023년 발표한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6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투자는 양극재를 중심으로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으로 생산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특히 양극재 연간 6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구미공장이 올해 초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청주 사업장과 중국 내 양극재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 능력은 2026년까지 26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LG화학이 지난해 IR 자료를 통해 공개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국내 최초로 양산되는 전구체 신공정을 선보였다. 기존 방식과 달리 전구체를 별도로 제조하지 않고 맞춤 설계된 메탈에서 바로 소성해 양극재를 제작하는 이 기술은 저온 출력 성능을 개선하고 전구체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투자비 절감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및 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