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한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공사 물량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침체된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건설·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기존보다 3~5% 축소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방안을 확정·발표했는데 건설업계에선 실수요자 차단 문제 해소 방안과 청년·신혼부부 등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트레스 DSR 시행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은행권과 2금융권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 대출 등 수도권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 1.50%포인트(p)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한 건설기성은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11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최근 3년(2022~2024) 3월 평균치 금액과 비교시 1조5000억원 부진한 상황이다. 올 1~3월까지 공사 물량의 위축 정도를 보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침체됐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기간 약 34조원의 건설기성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수치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1997년 이후 1~3월 누적치로는 최대 감소로 지난해 1분기보다 8조원이상 공사물량이 위축됐다.
이러한 배경으로 고용도 한파가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3월 건설업 취업자는 193명으로 1년 전보다 8.7%감소했다. 이 또한 지난해 5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가 워낙 부진했어서 생긴 기저효과"라며 "그렇지 않아도 올해도 반등이 어려운 침체된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관련된 여러 산업에서 고통을 호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실상 부동산 수요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정작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가령 연봉 1억원의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보면 현재보다 약 2000만 ~30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은 연말까지 미루기로 해 스트레스 금리 0.45p가 유지된다. 다만 비수도권의 경우 사실상 미달이 이어지는 등 실수요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사실 수도권 외에는 규제를 유지가 아닌 더 완화했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상식적인 판단과 어긋나는 정책이 왜 매번 진행되는 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인 수도권 외곽 지역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되레 강남3구는 대출 한도에서 여유있는 부유층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투기 억제보다는 실수요 차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보면 2013년 1분기 15억원이 넘는 강남 고가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의 80%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평범한 가계의 고통만 커질 것이 우려된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대출 가능 금액을 실질적으로 축소시키는 조치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수요자 우대 가산금리 조정과 청년·신혼부부 등에 대한 예외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