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과점, ‘메기’ 한 마리로 깨질까"..핀테크업계 아쉽게 만든 챌린저뱅크 불발

은행권 경쟁 촉진 개선방안 발표..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인가 여건 충족한 대구은행 물망..지역 본점 첫 시중은행
시중은행과 영업 규모 6~7배 차이..“경쟁효과, 시간 필요”
‘킬러 방안’ 챌린저뱅크 도입 무산..핀테크 은행업 진출 제동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7.06 11:0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묘수로 지방은행 한 곳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태스크포스(TF) 논의 초기 ‘킬러 방안’으로 꼽혔던 특화전문은행(챌린저뱅크)·스몰라이선스 도입이 무산되면서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당초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은행 본점 전경 (자료=대구은행)

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영업구역이 제한되는 ‘지방은행’ 딱지를 떼고 전국적 지점망을 갖춘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전환에 성공한다면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출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금융당국이 전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플레이어 진입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의 확대를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식이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1호로 거론된 곳이 대구은행이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산업자본 지분율이 4%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지방은행 중에서 이 요건을 충족한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일찌감치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던 대구은행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구·경북에 근간을 두고 전국적 도약을 이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효과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우선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과의 체급 차이가 워낙 커 기대만큼의 경쟁 유발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올해 1분기 말 대구은행의 총수신(은행계정) 규모는 52조5261억원 총여신 규모는 52조3485억원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총수신 규모와 총여신 규모가 각각 368조1010억원, 361조5841억원이고 신한은행은 각각 336조3761억원, 319조2881억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의 영업 규모가 시중은행과 견줘 6~7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네트워크 및 영업 규모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쟁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사전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중요하겠지만 영업 범위 확대와 조달금리에 이점이 있고 지역 기반의 관계형 금융에 장점이 있다”면서 “사이즈는 작지만 일단 기존에 5개였던 시중은행이 하나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주목을 끌었던 특화전문은행이나 스몰라이선스의 도입이 무산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 세분화된 은행업 인가인 스몰라이선스를 핀테크 사업자에 부여하거나 중소기업금융·소매금융 등 소비자 중심의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특화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못 냈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소규모 특화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번 최종 방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제도 개선 추진에 맞춰 은행업에 새롭게 도전하려던 핀테크 업계도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소상공인 특화은행 설립 추진 의사를 밝혔던 한국신용데이터는 전날 소상공인 특화은행 설립을 공식화했다. 다만 인가 신청의 시기와 방식은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서 특화은행 설립을 제도로 공식화하기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언제까지 특화은행을 신청하라는 가이드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향으로 인가 신청을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단은 특화은행 설립을 준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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