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수사전 휴대전화 싹 바꿔..검찰 '선제 증거인멸' 정황 포착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5.26 08:59 | 최종 수정 2023.05.26 09:01 의견 0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이달 24일 무소속 윤관석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바꾼 점을 증거인멸 정황으로 기재했다. 사진은 윤관석 의원(왼쪽)과 이성만 의원.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들이 수사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달 24일 무소속 윤관석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바꾼 점을 증거인멸 정황으로 기재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윤 의원의 주거지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수사를 공식 개시했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윤 의원 휴대전화는 직전에 교체해 메시지 등이 저장되지 않은 이른바 '깡통폰'이었다고 한다.

윤 의원이 압수수색 전부터 공범인 강래구(58·구속)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수차례 통화하며 말맞추기를 한 사실도 구속 필요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무소속 이성만(62) 의원도 휴대전화를 몇 달 전 새로 바꾼 상태였다고 한다.

또 검찰은 송영길(60)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내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 혹은 교체된 시점이 첫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시기는 먹사연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박 모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난 시점(3월 말∼4월 초)과 맞물린다.

현재 박 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됐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검찰은 공식 수사 개시 전부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윤 의원 등 피의자들이 머지않아 수사를 예견하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정근(61·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가에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그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이 씨가 친분을 내세운 야권 유력 인사로 송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검찰이 이 씨가 야권 인사들과 나눈 통화 녹음이 담긴 휴대전화를 추가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3월 초에는 강 씨와 이 씨의 통화 내용이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맥락에서 송 전 대표가 지난달 22일 귀국 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도 주시한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3만여 개의 녹취파일이 검찰에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관련자 조사가 시작됐다"며 "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검찰에서 나를 소환하든지 조사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12월) 파리로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소환조사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송 전 대표가 이 씨가 고리가 되는 검찰 수사를 짐작했던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파리로 출국한 뒤 국내에서 쓰던 휴대전화를 현지에서 폐기했다.

현지에서는 대학이 제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 반납했다.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에는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검찰에 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측은 "프랑스에서 국내 회선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해지하고 버린 것이고 시기도 수사 대상에 오르기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이라며 증거 인멸이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자료 폐기 행위 등이 용인될 수 있는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추가적인 증거 인멸 시도를 차단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윤 의원과 이 의원 구속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오늘 대통령 재가를 받아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본회의에 보고돼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표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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