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출사표에 벌집된 우리금융..‘최대주주’ 노조, "모피아 놀이터" 실력행사 경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차기 회장 입후보 공식화
우리금융 노조, 긴급 기자회견..“모피아 놀이터 안돼”
우리사주조합, 9.8% 지분 최대주주..영업중단 등 경고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1.26 10:40 의견 0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관치 논란이 재점화됐다.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인 임 전 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영업중단으로 맞서겠다며 이사회에 으름장을 놓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전날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임추위가 추린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이끈 장본인으로서 ‘관치금융’ 부담을 안고 회장직 도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예상을 깨고 차기 회장 인선 레이스에 본격 등판했다.

임 전 위원장은 입후보를 수락하며 “우리금융 민영화나 통합 등 여러 가지 업무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우리금융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며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우리금융의 문제를) 한번 다뤄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노조와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당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임 전 위원장을 모피아(퇴직 경제 관료)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며 맹비난했다.

박봉수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6년 ‘우리금융지주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자율경영 침해 때문이다’라는 발언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노동자에게 박수를 받았었다”라며 “이것은 오늘날에서야 우리금융지주 CEO를 위한 노림수였음이 밝혀졌다”라고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도 “금융위원장 시절 관치금융 반대 주장을 했던 장본인이 이제 와서 관치라는 프레임에 왜 내가 들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라고 꼬집으며 “윤석열 정권이 낙하산 임명 시도를 중단하고 자율경영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노조가 이처럼 임 전 위원장의 입후보 소식에 반발하는 이유는 민영화 이전 우리금융이 외부 낙하산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초대 회장인 윤병철 회장부터 2대 황영기 회장, 3대 박병원 회장까지 모두 외부 인사가 선임됐다.

이후 4대 이팔성, 5대 이순우, 6대 손태승 등 내부 출신 회장이 선임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다져왔는데 또다시 모피아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특히 노조는 우리금융이 23년 만에 완전민영화에 성공했으며 우리사주조합을 최대주주로 둔 민간금융회사임을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체제 전환 당시부터 지분율 3.5% 이상인 곳이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과점주주 체제다. 비록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추천권은 없지만 9.8% 지분을 소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조합은 지분매입 때 마다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환경 조성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공시 때는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함’, ‘주주 제안 등’으로 밝히며 향후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금융 노조는 내부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에 내정할 것을 이사회에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임 위원장의 선임을 막기 위해 영업중단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노조는 전날 성명서에서 “이사회는 시장자유주의에 입각해 민간금융회사로써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금융지주 발전을 위한 과점주주로서의 소명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승계를 이뤄내기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기 회장 선임권한을 쥐고 있는 우리금융 이사회는 노조의 주장에 따라 내부 인사를 선임해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반면 내부통제 이슈와 내부 파벌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무게감 있는 외부 인사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추위는 오는 27일 회의에서 2차 후보군 2~3명을 선정하고 다음달 초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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