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앞두고 예적금 금리 낮춘 은행권..당국 압력에 예대마진 ‘관리모드’

우리은행·케이뱅크, 첫거래·주거래 예금상품 금리 인하
“고객 혜택 축소 아냐..기본 상품에 혜택 집중 위한 조정”
당국 압력에 시중은행 예금금리 연 5→4%대로 하향
대출금리 모니터링도 강화..“예적금 금리 인상 어려워”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1.09 11:57 의견 0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를 기존 연 3.80%에서 3.60%로 0.20%포인트 낮췄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현수막.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에서 예적금 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 자제령을 내리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할 이유가 사라진 데다가 대출 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 관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를 기존 연 3.80%에서 3.60%로 0.20%포인트 낮췄다. 지난 5일 ‘WON적금’ 등 5종의 적금상품 금리를 0.50~0.80%포인트 인상한 이후 나온 조치이다.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은 기본 금리에 첫거래 시 우대금리 1.0%를 더해 최고 연 4.8%를 제공하던 거치식예금 상품이다. 지난해 4월 기본 연 1.50% 금리로 출시된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총 4번의 인상 과정을 거치면서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상대적으로 높은 4%대 후반의 금리를 유지해 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신 상품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고객이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력 상품의 금리는 올렸고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경우는 하락 조정이 됐다”며 “특정 고객에게 혜택이 집중되기 보다는 되도록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려다 보니 주력 상품에 여력이 집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경우는 첫거래 고객에게 금리 혜택이 집중되는 상품이라 다른 주력 상품과 혜택을 조정을 과정에서 금리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인 ‘WON플러스 예금’의 경우는 이날 기준 연 4.31%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금리가 인하된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보다 여전히 0.30%포인트 낮게 형성돼 있다.

주력 상품의 금리를 올리면서 예대마진을 유지하려다 보니 특정 상품의 금리 인하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케이뱅크도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의 기본 금리를 0.20%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연 5.00%였던 최고 금리는 연 4.80%로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코드K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20%포인트 올리는 등 공격적인 수신금리 정책을 펼쳐왔지만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상품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의 경우는 우대 조건을 달성해야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보니 기본 상품에 비해서는 모든 고객이 혜택을 받는 상품은 아니다”면서 “그런 부분을 반영해 기본 상품 보다 먼저 금리가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케이뱅크의 이번 금리 인하는 최근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과 각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00~4.60%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19일 기준 5.01%였던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의 금리는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3.98%를 기록했고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도 같은 기간 4.95%에서 4.20%로 0.75%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도 5.0%에서 4.30%로 최고금리를 낮췄다.

이들 정기예금 상품들은 시장금리에 따라 매일 또는 매주 금리가 변동되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5%대로 치솟았던 이들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꺾인 것은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부터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을 유발하는 데다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 데 따른 조처였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은행채 발행을 허용해 단기 자금에 숨통이 트이면서 예적금 금리를 올려 자금을 유치할 이유도 사라졌다.

오는 13일 새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예적금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예적금 금리에 이어 대출금리마저 관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수신 상품 금리를 과다하게 올리지 말라는 시그널도 있고 요즘은 대출 금리 인하에 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발빠르게 수신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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