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실적 회복하나..메리츠증권, 맨해튼 빌딩 분양 30% 완료

지난해 초만 해도 분양률 저조..12월 이후 조금씩 회복
하나금융투자 최근 대체투자3팀 신설..해외투자 강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지적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4.16 11:53 의견 0
메리츠금융지주 본사 [자료=메리츠화재]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회복되며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실적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됐지만 백신의 보급이 빨라지고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증권사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로 인해 입은 손실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2월 투자한 맨해튼 고층타워 분양이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2월 글로벌 부동산 시행사 ‘세루지 프로퍼티즈’가 준공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63층 건물 ‘더 센트럴’의 미분양 맨션을 담보로 3억5000만달러(약4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시행했다.

그런데 분양 초기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분양률이 저조했고 최근에는 시행사로부터 수개월째 이자를 받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고 백신이 빠르게 공급되며 상황은 바뀌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분양이 지연된 건 맞다”면서도 “작년 12월부터는 꾸준히 분양돼 현재 30%가량 분양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방침에 따라 분양률이 가장 저조했을 때의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코로나19가 조금씩 진정되고 해당 건물 교통편도 좋은 편이라 한 주에 적어도 한 채씩은 분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만약 이자지급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선순위 채권자기 때문에 담보 매매를 통해 대출액에 대한 손실은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회복되고 해외투자 부문 실적이 다시금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업계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8일 해외대체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대체투자3실을 신설하고 유병수 전 KTB투자증권 상무를 영입했다. 유 상무는 KTB투자증권의 해외 대체투자 사업 강화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가 유 상무를 영입한 것은 해외 대체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22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전체 금액 48조원 중 15.6%에 해당하는 7조5000억원이 부실·요주의 건이다. 부실은 원리금 연체 등 발생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투자 건이고 요주의는 원리금 연체 등 발생 가능성이 상당한 투자 건을 뜻한다.

지난해 현황을 파악한 이후 아직 4개월 밖에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호전되면서 증권사들 대체투자 실적도 개선되긴 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메리츠증권의 해당 건물도 70%가량이 미분양 상태”라며 “아직 회복했다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현황을 파악한 뒤 매 반기별로 주기적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6월 안으로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최신 현황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지난 3월까지 기한을 주고 해외 대체투자 관련 최신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수치가 계속 바뀌어 지금도 수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밝힌 대로 반기별로 한 번씩 실태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진행 중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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