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해운업계의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임에도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업계 손익분기점인 1000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팬데믹 이후 해운업계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을 2639억원으로 전망했다. (사진=HMM)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을 2639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4614억원)보다 81.94% 줄어든 수치다.

HMM의 이번 실적 전망은 해운업계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매출도 2조5686억원으로 작년 3분기(3조5520억원)보다 27.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3분기는 해운업계에서 성수기로 통한다. 4분기 소비 증가에 대비해 3분기에 컨테이너선 수요가 몰리면서 운임도 오르는 시기다. 이 같은 이례적 전망은 해운업계가 팬데믹 호황에서 구조적 침체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해운운임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락하면서 해운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SCFI는 지난해 2000포인트를 넘었지만 3분기 말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3분기 초 1763.49에서 말 1114.52로 36.8%나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SCFI 1000포인트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SCFI 1000포인트는 해운업계의 심리적 분기점"이라며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선박 확보 시점과 용선 비중에 따라 실제 손익분기선은 선사마다 달라진다"고 말했다.

성수기 효과가 사라진 직접적인 원인은 미중 관세 갈등이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물건을 미리 실어 나르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3분기에 몰려야 할 물동량이 2분기로 앞당겨진 것이다.

여기에 팬데믹 때 물동량이 급증하자 선사들이 너도나도 대형 선박을 주문했는데 이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이 심해졌다. 반면 미중 무역은 줄어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 교수는 "현재 해운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변수는 미중 갈등과 공급 과잉"이라며 "컨테이너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앞지르면서 운임 회복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급과 수요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큰 괴리가 있다"며 "물동량은 줄고 선복은 과잉이어서 운임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HMM의 경우 태평양 항로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한 교수의 분석이다.

한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나 미국 항만노조 파업,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돌발 변수로 단기 운임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구조적 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해운업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HMM의 재무 건전성을 높게 평가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운사이클 진입과는 별개로 HMM의 현금성 자산은 12조원으로 역대 가장 풍요로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선박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 실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보유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연구원은 HMM의 올해 영업이익을 1조2620억원, 내년엔 6000억원 정도로 전망했다.

HMM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장기 체질 개선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해 이 중 14조4000억원을 친환경 선박과 탄소중립 관련 시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