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새로운 전장이 보안으로 정해진 분위기다. 전국민적 이슈였던 해킹 사고를 계기로 경쟁적으로 정보보호체계 강화를 선언한 것이다. 다만 성과가 드러나기 힘든 분야인 만큼 투자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 홍관희 정보보안센터장이 29일 보안 전략 간담회에서 악성 앱에 감염된 상황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변동휘 기자)
30일 통신3사에 따르면 이들은 향후 5년간 총 2조4000억원을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SKT는 이달 초 해킹 사고에 대한 고객 보상 및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7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KT도 5년간 1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29일 보안 전략 간담회를 통해 7000억원 규모의 재원 투입을 예고했다.
3사 모두 정보보호 투자 확대의 명분으로 ‘고객 신뢰’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SKT 해킹 사고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 SKT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 등 직간접적 타격을 받았기에 이러한 조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과거 정보유출 사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이번 사고를 ‘남의 일’처럼 여길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로 트러스트’ 기반 정보보호 체계와 국내외 협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한 발 더 나가 경쟁적으로 각사의 차별점을 내세웠다. 때문에 ‘보안 마케팅’으로 번지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실제로 KT의 경우 보이스피싱이나 디도스 등 고객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LG유플러스는 계획을 앞세운 경쟁사들과 달리 보안 관련 거버넌스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체계 등 이행 현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안 분야에서의 주도적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이러한 투자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보안의 경우 태생적으로 각종 서비스의 뒷단에 위치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금액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보다 어느 분야에 얼마를 투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관련해 정보보호 공시제도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CPO) 홍관희 전무는 29일 간담회에서 “현행 정보보호 공시제도는 전체 투자 규모만 공시되는 방식”이라며 “세부내역 공개와 투자 기준 명확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 보안 분야 관계자는 ”해킹 사고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안은 고객들과 직접 맞닿아 있기보다는 물밑에 위치해 있어 이에 대한 투자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단순히 금액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정확하게 재원 투입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