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반도체부터 모빌리티 방산 가전까지 5대 그룹 총수 모두 AI를 새해 1순위 화두로 제시했다. 위기와 변곡점 인식을 전제로 2026년 한 해 동안 투자와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회장(사진=연합뉴스)
8일 재계에 따르면 202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다. 5대 그룹 총수들은 올해를 위기이자 변곡점으로 인정하고 주력 사업 판을 AI 기준으로 다시 짜겠다는 의지를 신년사와 새해 행보에서 분명히 했다.
삼성·LG·SK·현대차·한화를 이끄는 이재용·구광모·최태원·정의선·김승연 회장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전환 구상을 꺼냈지만 방향은 하나로 모였다. 반도체와 AI 인프라 모빌리티 방산과 에너지 가전과 배터리 같은 주력 사업에 AI와 소프트웨어를 덧입히고 필요하면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손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삼성은 말보다 회의를 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명의 신년사 대신 새해 첫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신년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와 AI 세트 사업 전략을 논의했고 특히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HBM과 데이터센터용 솔루션을 포함한 AI 인프라 시장 대응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AI를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구광모 LG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은 새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이라고 진단하고 기존 성공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집중이라는 표현을 쓰며 탁월한 가치에 경영 자원을 모으자고 했고 10년 후에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업을 고르자고 제안했다.
SK는 AI 시대 '승풍파랑'을 선언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 신년사에서 AI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승풍파랑의 도전에 나서자고 말했다. 전통을 지키되 AI와 데이터 기술을 얹어 에너지 통신 반도체 바이오 사업 모델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위기와 변곡점을 인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6년을 위기 요인이 현실로 다가온 해로 규정하고 우리의 가장 큰 버팀목은 성찰을 통한 체질 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지컬 AI와 소프트웨어 SDV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생산과 연구개발은 물론 일하는 방식까지 AI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와의 상생 생태계를 강화해 모빌리티 전환기 충격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화는 AI를 안보와 연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AI와 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의 미래 선도기술 확보가 50년 100년 한화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하고 방산과 우주 에너지 전 사업에서 미래 선도 기술 확보에 나서자고 주문했다.
특히 한미 조선·방산 협력 프로젝트 MASGA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라며 한미 조선·방산 협력의 핵심 축이 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2026년 5대 그룹은 같은 그림을 보고 있다 AI를 전제로 위기와 변곡점을 인정하고 본업을 다시 설계하는 그림이다.
삼성은 AI 반도체와 인프라, 현대차는 피지컬 AI와 SDV, 한화는 방산과 에너지, SK는 AI 기반 포트폴리오 전환, LG는 선택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결국 AI를 기준으로 판을 다시 짜겠다는 점에서 한 방향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5대 그룹이 실제로 어떤 AI 투자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한국 산업 지형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