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국민연금 특별관리 나선다..복지부, 스튜어드십 코드 공식화

김세훈 기자 승인 2017.12.01 17:39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세훈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규정을 적용해 특별관리를 시작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을 높이기 위해 관리하는 기법이다. 미국, 영국 등 해외 20여개 국가에서 기금관리를 위해 적용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수익 보호를 통해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미 미국, 영국 등 해외 20여개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튜어드는 남자승무원을 말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승객이 비행기에 탈 때 승무원이 서비스하는 것처럼 국민연금의 관리를 맡은 기관이 투자자, 즉 국민을 위해 관리 서비스를 하는 제도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연금에 도입되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감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장관은 "일부에서 기업의 경영 간섭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달에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가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무렵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이미 11개 자산운용사와 2개 자문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해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다방면으로 검토했다.

국민연금은 602조7000억원(8월말 기준)으로 기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주식 9.71%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10.37%), 현대차(8.12%)를 비롯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278개에 달한다. 

박농후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적용하는 범위와 대상은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경영 간섭을 우려할 수 있는데 이를 불식할 투명한 관리기구와 원칙을 만드는 것이 선결돼야 하고 국민은 수익성 하락을 걱정할 수 있는데 건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다는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불안을 씻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기업과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관리 거버넌스를 동시에 구축해야 해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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