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적자 부추긴 태양광 ‘부활 조짐’..믿을 건 중국 아닌 미국 IRA

신재생에너지 1871억원 적자..공급과잉 탓
중국 공장 가동 중단..“미국 집중하는 차원”
3.2조 솔라허브 본격화..IRA 수혜 1조 전망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09 10:32 의견 0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한화솔루션)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대표 업적 ‘태양광’이 적자 사업에서 캐시카우로 도약할 지 주목된다. 중국 시장을 과감히 접고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미국으로 핸들을 돌렸다. 현지 태양광 설비투자에만 2조원을 붓고 최대 규모 공장도 가동을 시작하면서 실적 회복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929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22.82% 줄었다. 영업손실은 216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실적 추락을 부추긴 건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타격이다. 이 기간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은 7785억원으로 67%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은 187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주요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공급 과잉으로 판매 감소와 판가 하락이 생겨 수익성이 악화됐다.

앞서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태양광 수요(500기가와트) 대비 모듈 공급 과잉량은 200GW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공급과잉에 따른 모듈 가격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장교동 한화솔루션 사옥. (자료=한화솔루션)

■ 중국 공장 가동 중단 “미국 집중할 것”..연간 IRA 수혜 1조원 전망

시장에선 중국발 공급과잉과 태양광 모듈 가격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솔루션도 이를 의식해 오는 7월부터 중국 소재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가동 중단한다.

중국 공장의 작년 매출액은 5310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4% 정도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지 태양광 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매년 26%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세액을 공제해주는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수혜를 얻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에만 약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간 설비 투자(CAPEX) 규모인 3조2000억원 중 80% 가량을 태양광에 쏟아붓는 셈이다.

일찌감치 생산시설 구축도 마쳤다. 지난달에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의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완료하고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3조2000억원 규모 프로젝트인 ‘솔라허브’의 한 축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이 프로젝트로 모듈을 포함해 태양광 밸류체인 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를 미국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연간 3.3GW 규모의 태양광 잉곳·웨이퍼·셀 생산시설을 각각 구축해 카터스빌에서만 154만제곱미터(㎡)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설비 밸류체인을 완성하기로 했다.

솔라허브의 또다른 축인 조지아주 달튼 공장은 지난 2019년 준공 후 지난해 증설을 완료했다. 이 공장의 연간 태양광 모듈 생산량 5.1GW를 더할 경우 한화솔루션은 북미에서만 연간 8.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준 13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규모로 단일 기업 생산량으로도 북미 최대다.

미국 생산능력을 강화할수록 AMPC 규모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우선 카터스빌 공장에서 올해 약 2GW 규모의 모듈을 생산하면 AMPC 혜택이 1억4000만달러(약 1860억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잉곳·웨이퍼·셀·모듈까지 모두 제조하면 세액공제 혜택은 연간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북미 지역 내 판매 법인에 태양광 모듈 생산 물량을 넘기기 때문에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올 2분기 이후 미국 조지아 3공장이 가동하고 4분기 셀과 웨이퍼 생산을 시작하면 한화솔루션의 AMPC 세제 혜택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2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끝나고 기존 유틸리티향 물량 판매로 모듈 판매량이 회복해 적자 폭이 의미 있게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분기 흑자전환 여부를 예상할 수 없지만 업황이 바닥을 지나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IRA 수혜가 늘어날수록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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