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나홀로 이사회서 은행장 배제..이사회 운영도 임종룡 회장 중심으로

22일 정기주총서 조병규 행장 이사 선임 안건 빠져
4대 금융지주의 은행장 이사회 참여 배제는 이례적
은행 의존 절대적인데 임종룡 회장 원톱 체제 강화
“이사회 구성 변화 논의 없어..선진화 차질 없이 진행”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3.11 10:5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지주 이사회에 합류시키지 않기로 했다. ‘전략’은 지주로 일원화하고 자회사는 영업중심으로 재편을 추진 중인 임종룡 회장 중심의 '원톱체제'가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석인 비상임이사 선임 안건이 빠졌다. 비상임이사는 정기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등기임원으로 사실상 사내이사에 해당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료=연합뉴스)

우리금융의 비상임이사는 지난해 3월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됐다. 지난해 7월 조병규 행장이 취임하면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비상임이사로 후보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로써 우리금융의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9명의 사외이사로 꾸려지게 된다.

통상 금융지주는 은행장을 이사회 비상이사로 등재해 왔다. 그룹의 핵심계열사 수장인 은행장이 지주의 이사회 멤버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은행장의 이사회 참여가 배제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이후 정기주총을 통해 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돼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가 최근 사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 주총에서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대내외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책임경영 및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은행과 증권사 CEO의 지주 이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조처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이사회 구성에서도 지주 중심으로 일원화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은 임종룡 회장의 일관된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 지주의 총괄사장과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혁신TF(현 기업문화리더십센터)’를 신설하는 등 회장 1인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했다. 우리은행이 전략 담당 부서를 축소하고 영업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도 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은행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우리금융이 은행장의 이사회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 특성상 은행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금융 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이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99.9%다. KB·신한 등 다른 금융그룹의 은행 비중이 60%대임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다.

특히 우리금융은 지주체제 재출범 6년차로 지주 사외이사 중 일부가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경영상 의사결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지주와 은행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 그룹 내 은행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은행장의 이사회 참여가 자연스럽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지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은행장이 지주와 은행의 경영을 두루 살핀다는 의미로 지주 이사를 겸하고 있다”며 “은행장에 지주 내 역할을 부여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충원하고 여성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등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정기주총에서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수를 7명으로 늘리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두 신임 사외이사 모두 여성으로 우리금융 이사회의 여성비율은 30%까지 오르게 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며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만큼 지난해 이사회 구성 변화에 특별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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