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조지아 주지사 부인 마티 여사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받지 못하면서 북미 전기차 점유율이 IRA 시행 전과 비교해 3분의 1 토막 났다. 최우선 과제인 현지 공장 구축을 예정보다 앞당기고 북미 전동화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인 조지아주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추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IRA 시행 직후인 지난해 4분기(10월~12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월평균 4.4%다.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작년 1월(12.5%)보다 8.1% 감소했다.
올들어 점유율이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1월 5.2%, 2월 5.9%, 3월 6.1%, 4월 7.9%, 5월 8.9%, 6월 8.2%)를 보이지만 IRA 이전의 점유율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점유율 타격이 확인된 와중에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는 IRA 시행에 힘입어 가팔라지고 있다. 처음 100만대가 팔리는 데엔 약 10년이 걸렸다. 이후 100만대 추가 판매에 2년이 걸렸고 지난해에는 1년간 100만대가 팔렸다.
블룸버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하면 9개월마다 전기차 100만대가 팔리고 있다"며 "올해 3분기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1.4% 뛴 3만8457대로 상반기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IRA의 직접적 수혜자인 테슬라는 이 기간 부동의 1위 점유율(61%)과 판매량(33만6892대)을 자랑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0% 늘어난 수치다. 2위인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3위 GM(3만6322대) ▲4위 폭스바겐(2만6538대) ▲5위 포드(2만5709대)와 극심한 격차를 나타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대전환 시기에 맞춰 현지 공장을 구축해 북미 전기차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일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IRA 보조금 없이도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를 앞지른 만큼 이보다 더 할 성장세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그룹도 이를 의식해 전기차 현지 생산 시점을 계획보다 앞당기는 등 시장 입지 강화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 등 미국 남동부 지역이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의 핵심 터가 될 전망이다. 우선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에서는 내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찾아 신공장의 각 구조물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약 7조3100억원)를 투입해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IRA에서 규정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위해 이 공장을 당초보다 빠른 내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는 "현대차가 올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북미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했지만 미국 현행법에 따라 하루빨리 미국 국내에서 배터리와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초 2025년 1월이었던 완공 일자를 3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공장은 절반 정도 건설됐으며 각종 설비를 설치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조지아공대와 '미래 모빌리티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도 맺었다. 향후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기술 산학협력과 우수 인재 발굴, 인재 육성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 과정을 공동 개발한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는 시기인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이후에는 지켜온 점유율을 기반으로 IRA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견조한 내연기관차(ICE) 수익은 동사의 이러한 정책이 유지 가능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은 오는 2024년 하반기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IRA의 영향으로 일부 우려가 있지만 현지 생산 시점 조기화와 상업용 차량에 대한 조항 활용 등으로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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