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한국 경제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구 통계적 압력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유엔(UN)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1998년에서 2017년 사이 11% 늘었으나, 2020년부터 2040년 사이에는 24% 쪼그라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40년 2852만명, 2060년 266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과 비교할 때 2040년에는 886만명, 2060년에는 1672만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총인구도 2020년 5184만명에서 2040년 5019만명, 2060년 4262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0.06명 줄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통상의 추세를 고려하면 연간 합계출산율은 작년(0.78명)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태어난 아이가 24만9000명에 그쳤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적을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
일단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대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 부가가치를 생산할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노동 생산성은 청·장년층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양 부담 확대, 총인구 감소 등이 소비 시장 위축과 기업의 투자 유인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근로소득세 등 조세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을 위한 연금·재정 지출은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이후 약 2.0%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고령화와 높은 가계부채는 부정적 요인이지만, 고부가 가치 산업의 경쟁력이 그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성장률 경로를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정부가 계속 젊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편다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년부양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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