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편의점 가요”..런치플레이션에 ‘가성비’ 편의점 도시락 전성 시대

김제영 승인 2023.03.17 14:12 의견 0
GS25가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을 출시했다. [자료=GS리테일]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고물가 시대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자 외식 대신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담배·주류가 주요 품목이던 편의점이 커피·디저트 등 외식 수요도 흡수하는 가운데 가성비부터 품질까지 잡은 도시락을 속속 내놓고 있다.

CU는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을 내놓았다. [자료=BGF리테일]

■ 편의점 4사, ‘가성비·차별화’ 강조한 도시락 경쟁 불붙다

1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높인 도시락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을 도시락 모델로 앞세워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가성비’를 강조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GS25는 가성비 도시락의 원조로 불리는 ‘김혜자 도시락’을 6년 만에 다시 출시했다. 김혜자 도시락은 GS25가 지난 2010년 배우 김혜자와 협업해 출시한 도시락으로, 가격 대비 양이 ‘혜자롭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편의점 도시락 전성기를 이끈 바 있다. GS25는 판매기간 7년 동안 도시락 총 40여종의 상품을 통해 약 1조원에 달하는 누적 매출을 달성했다.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도시락을 내놓았다. ‘백종원 도시락’은 백종원 대표가 직접 반찬 구성과 레시피 개발에 참여해 맛과 품질은 물론 가성비도 동시에 잡았다는 설명이다. CU는 백종원 시리즈의 가성비 이미지와 함께 고품질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중량과 맛을 표준화하는 조리 공정도 강화했다. 자사 유사 도시락 대비 반과 찬의 양도 10% 이상 증량했다.

세븐일레븐은 ‘주현영 도시락’을 출시했다. [자료=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 주목했다. 세븐일레븐은 MZ세대 대표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배우 주현영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주현영 도시락’ 1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세대 고객층을 선점하고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24는 모델 없이 오직 가성비와 품질로만 승부하는 ‘39·42도시락’을 선보였다. 39도시락은 3900원, 42도시락은 4200원이다. 이마트24는 이들 도시락과 커피 혹은 컵라면을 곁들여 5000원대로 한 끼를 즐길 수 있도록 초저가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마트24는 ‘39·42도시락’을 선보였다. [자료=이마트24]

■ 경기 불황과 동시에 찾아온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편의점 도시락은 경기불황과 함께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편의점 도시락의 형태가 갖춰진 시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다. 당시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2010년 말부터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이 가성비로 화제를 모으자 국내 편의점 도시락 경쟁이 시작되면서 품질도 향상됐다.

편의점 도시락은 여러 가짓수의 반찬과 밥을 갖춘 정찬 형태로 시장에 안착했다. 당시 편의점 업계는 한식의 반찬 문화에 초점을 맞춰 도시락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일찍이 편의점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덮밥 형식과 차별화해 편의점 도시락의 ‘한국화’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인 및 맞벌이 가구 증가도 도시락 문화 정착을 도왔다.

일본식 도시락 벤또 [자료=픽사베이]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프랜차이즈 등 국내 도시락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 2020년 5000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은 1인가구·직장인·학생 등으로 꼽힌다. 시간대로 보면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한때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 등 품질 면에서 비판 받았으나 도시락 품질은 점차 향상되는 추세다. 특히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비건·프리미엄 등을 추구하는 도시락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중심은 3040세대로 고물가·런치플레이션 시대 새로운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며 “품질과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편의점 도시락이 앞다퉈 출시되는 만큼 편의점 도시락이 다시 한 번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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