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3세 조현민 '이사회 합류 반대·노조 투쟁' 첩첩산중..23일 사내이사 선임안 상정

23일 주총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 상정
의결권자문사 "기업가치 훼손" 반대 표명
노조 "과로사 조장 당일배송 강요" 파업 경고

이정화 승인 2023.03.17 11:56 | 최종 수정 2023.03.17 11:57 의견 0
한진이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사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자료=한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진그룹 3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이 첩첩산중에 가로막혀 있다. 최대 실적 성과를 인정받아 이사회에 입성하기로 했지만 의결권자문사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그가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이사회 합류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조 사장은 최근 그룹내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혀왔다.

그는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 만에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복귀한 이후 2021년에는 부사장, 작년 초에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뿌리 깊은 가족경영 체제와 더불어 가시적인 실적 성과가 그의 입지 확대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진은 연간 영업이익이 114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6% 늘고 매출액도 2조8419억원으로 13.5% 뛰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경영 능력은 검증받았지만 아직까지 '갑질 이미지'는 희석되지 않은 모양이다.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두고 의결권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기업가치 훼손이력'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CGCG 관계자는 "조 사장의 물컵갑질 사건 이후 총수일가에 대한 부도덕성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도 크게 훼손됐다"면서 "외국인인 조 사장이 진에어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도 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결권자문사의 이같은 부정적 의견 표명이 주주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조 사장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난관도 눈에 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본부는 최근 사측이 과로사를 조장하는 당일배송을 강요한다며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택배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과로를 강요하고 징벌적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무리한 현장 운영을 지속하는 한진택배 본사를 강력 규탄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불합리를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사의 전향적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노조는 오는 20일부터 한진본부장 단식 농성과 3·25 본사 앞 전국 간부결의대회 개최, 부분 파업, 전면 파업 돌입 등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사진에 입성할 채비를 하는 조 사장이 노조의 거센 파업 외침을 잠재우고 위기능력을 발휘할 지 시선이 집중된다.

한진 관계자는 "(노조가 언급한) 패널티 부과의 경우 기본적인 고객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항으로 대다수 택배사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연합회와 택배노조 등 현장 의견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이번 사내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는 "조 사장은 국내외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투자 및 해외 거점 확대 추진, 수익원 확대 등 지난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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