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와인 첫걸음] 레드와인은 적포도, 화이트와인은 청포도, 스파클링은②

화이트와인 양조,?포도 그 자체의 향과 신선함 살려
스파클링와인, 병 속에서 '탄산'이 생성되는 과정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1.17 15:33 의견 0
와인이 탄생하는 그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자료=픽사베아]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포도밭에서 자라난 싱그러운 포도가 한 잔의 와인으로 담기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두 번 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적포도가 두 번의 발효를 거쳐 레드와인이 되는 과정을 소개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의 양조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뽀얀 알맹이를 가진 포도라면 껍질색이야 어떻든 화이트와인이 될 수 있답니다. 물론 화이트와인은 드문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청포도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자료=픽사베이]

■ 침용 없는 화이트와인 양조, 포도 그 자체의 향과 신선함 담아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과 달리 포도의 껍질과 씨를 모두 제거합니다. 적포도든 청포도든 상관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요. 알맹이만 남기고 껍질과 씨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화이트와인의 압착은 보다 섬세합니다. 만에 하나 포도 씨가 으깨지면 풀냄새가 나거나 탄닌 성분이 더해져 떫어질 수 있거든요. 화이트와인의 품질은 이 공정에서 결정된다고도 말한답니다.

압착을 거친 포도즙은 정제된 후 발효조로 옮겨집니다. 레드와인은 껍질과 씨를 거르지 않고 발효하는 ‘침용’ 기간을 거치는 반면 화이트와인은 껍질과 씨를 없애버린 과즙이니 침용이 필요 없습니다. 바로 1~4주정도 알코올 발효에 들어가는데요.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보다 낮은 온도(15~18℃)에서 발효해 화이트와인 특유의 신선함과 청량감을 살립니다. 온도가 낮을수록 발효 시간이 길어지고 오랜 발효를 거치면 와인의 품질은 더욱 좋아진다고 해요.

화이트와인은 대체로 숙성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포도 그 자체의 향과 신선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죠. 화이트와인은 순하고 상큼한 매력이 핵심이잖아요. 게다가 천연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탄닌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장기 보관과 숙성에 취약하기도 합니다. 물론 숙성을 통해 무게감을 더하는 화이트와인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샤르도네가 그렇죠.

탄산이 가득한 스파클링와인 [자료=픽사베이]

■ 스파클링와인, '뻥' 터지는 탄산의 매력..병 속에 담긴 비밀

스파클링와인은 병을 따는 ‘뻥~’ 소리와 함께 청량감을 살리는 탄산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옛 선조들은 포도의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기 전의 발효 중인 와인을 발효조가 아닌 병에 넣는 방식으로 탄산을 만들었는데요. 이 방식은 발효 과정에서 병 내부의 압력 높아지면서 오히려 병이 ‘뻥!’ 터져버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후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현재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상파뉴 방법’을 개발합니다. 알코올 발효를 마친 도수 9도 정도의 기포 없는 화이트와인을 병에 주입할 때 설탕과 효모를 함께 넣어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일으키는 겁니다. 병 속 발효가 이뤄지면 화이트와인은 기포와 발포성을 가지면서 스파클링와인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스파클링와인은 적포도와 청포도를 가리지 않습니다. 주로 레드와인 품종인 피노누아와 피노뫼니에, 화이트와인 품종인 샤르도네가 널리 사용되죠. 스파클링와인은 일반적인 와인 양조와 달리 ‘블렌딩’ 과정을 거치는데요. 알코올 발효를 거친 각기 다른 포도밭과 품종, 연도의 와인 원액을 맛본 후 섞습니다. 같은 수준의 품질과 맛을 담기 위한 섬세한 작업이라고 하네요.

르뮈아주 과정을 거치는 스파클링와인 [자료=와인나라]

블렌딩을 마치고 설탕과 효모를 섞어 병입한 와인은 어둡고 서늘한 지하 저장소에서 수평으로 눕혀 보관됩니다.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탄산이 발생하고 새로운 향과 풍미가 더해지죠. 약 한 달이면 기포가 생긴다고 해요. 탄산이 생기더라도 이 와인은 최소 15개월에서 제조년도(빈티지)가 있을 경우 3년간 숙성해야 법적으로 인정받습니다.

숙성이 끝난 스파클링와인은 침전물을 병 입구로 모으는 르뮈아주(Remuage) 작업을 거칩니다. 와인 걸개에 병을 바닥과 수직에 가깝게 꽂아두고 병을 돌리는 식입니다. 다음 르뮈아주 공정에서 모인 침전물을 배출하는 데고르주망(Dégorgement) 과정입니다. 병목을 차가운 액체에 담가 침전물을 얼리고 병을 개봉할 때 이 찌꺼기가 탄산에 의해 배출되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침전물이 빠진 빈자리는 화이트와인과 설탕을 섞은 용액을 채워 보충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당도 등 와인의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와인 하나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녀석이 없습니다. 타국에서 자란 포도가 여러 공정과 오랜 시간을 거쳐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이 와인 한잔이 된다고요. 신이 내린 선물이자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의 수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자, 와인의 양조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봤으니 다음 시간에는 와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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