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가뭄’ 극심한데..종부세 인하 방침에 매물 회수 조짐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24 11:5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극심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 회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발표로 다주택자들이 “급할 게 없다”며 매도 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가 종부세 인하 계획을 발표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1.4% 줄었다.

앞서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종부세율을 2019년 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6만4668건이었던 매물 건수는 세제 개편안 발표일인 21일 6만4046건으로 줄어든 뒤 이날 현재 6만3766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북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매물이 줄었다. 중구가 지난 20일 814건에서 이날 현재 784건으로 3.7% 감소했고 서초구는 4294건에서 4164건으로 3.1% 줄었다.

또 양천구, 구로·광진구 등이 2% 이상 줄었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1.2%, 0.8% 줄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상 등의 충격으로 매수세가 완전히 꺾였는데 보유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집주인들마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라면서 “그간 급매라도 팔겠다던 한 집주인이 주말에 매물을 회수하고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거래 가뭄이 심각한 상태에서 보유세 인하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60건(24일 신고 기준)으로 6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치에 머물렀다.

6월 계약분의 신고일은 이달 말까지로 일주일이 더 남았지만 5월 계약건수인 1737건에는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거래량으로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월세 시장도 신규 거래가 쉽지 않은 가운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당초 오는 8월부터 2020년 임대차2법 도입 이후 계약갱신권을 소진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8월 대란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름 비수기까지 겹쳐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 수는 이날 현재 총 5만490건으로 한달 전 4만4495건보다 13.4% 증가했다.

실제 갱신권을 소진한 물건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등 가격을 크게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 종전에 13억원 하던 전셋값을 11억원으로 낮춰야 거래가 성사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최근 금리 인상으로 1억원당 30만원을 받던 월세를 35만원으로 올린다고 쳐도 전셋값 자체가 하락해서 월세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집주인이 4년치 전세 인상분을 무리하게 올려받으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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