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애플의 갑질에 뿔났다..현대차 이어 닛산도 애플카 협력 거절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2.17 08:36 의견 0
애플의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애플카 생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자료=애플]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애플의 전기차 '애플카' 제작을 둘러싼 자동차 업계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애플은 자사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 주요 대형 자동차 업체들과 연락을 하고 있지만 연달아 퇴짜를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IT 업계 '갑'인 애플이 자동차 업계에서 '갑'인 기업들에게 '을'의 조건을 내밀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파트너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애플과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1월 초부터 양사 협력설이 불거졌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기간이 지나도록 양사간 협의 진척이 없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돌았지만 지난 8일 현대차와 기아는 공시를 통해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애플이 관심을 보인 곳은 닛산.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닛산에게 전기차를 제조해 납품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번에도 애플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제권을 모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폭스콘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해 납품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닛산 차량에 애플의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양사 협업 방식과 거리가 멀다.

결국 닛산은 애플의 무리한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난 9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지식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애플과의 협력을 희망했지만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조건에 대해 닛산 경영진이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던 폭스바겐도 "애플과 전기차 경쟁이 두렵지 않다"고 밝히며 사실상 협력 거부 의사를 전했다.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 CEO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 전문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모든 능력을 쉽게 활용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스 CEO는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따라올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 분야가 아니다. 애플카와의 경쟁이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애플은 시총이 2464조원이 넘는 글로벌 1위 기업이지만 자동차 분야는 단순 성능 뿐만 아니라 내구성, 안전성, 전국적인 AS망 등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 기술과 인프라를 요구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고 자동차 기술과 관련해서는 신출내기인 애플이 애플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전기차를 만들기가 쉽지 않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이 절대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슈퍼갑'인 애플이 역시 자동차 업계 '갑'에게 전례 없는 '을'의 조건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애플카 생산업체 선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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