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가 내년도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생산적 금융’을 낙점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 위주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과 지역 경제로 자금을 공급하는 대전환을 시도한다.
다만 세부적인 조직 설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KB와 하나금융이 CIB(기업투자금융) 라인을 강화해 실질적인 ‘실행력’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신한과 우리금융은 지주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그룹 전체의 전략과 관리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가 내년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대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생산적 금융 강화를 내세웠지만 조직 설계는 확연히 다르다.
KB금융은 지주에 ‘CIB마켓부문’을 신설했다. CIB와 자본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그룹의 투자·운용 비즈니스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는 ‘성장금융추진본부’를 만들어 여신 관리와 심사 조직을 재편했다. 현장에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즉각 지원하는 실행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금융도 지주에 ‘투자/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했다. 기존 시너지부문 산하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쪼갠 뒤 재편했다. 부문 직속에 생산적금융지원팀을 두고 관계사 간 협업과 실행력 강화를 꾀했다. 하나은행 IB그룹 산하엔 생산적투자본부를 신설해 국민성장펀드 참여와 첨단산업 지원을 총괄하도록 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의 통합 지배구조를 선택했다. 진옥동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가 주축이다. 여기에 생산적 금융 통합 추진·관리 조직인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만들었다. 추진단은 투자·대출·재무·건전성·포용금융 4개 분과로 구성된다.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는 9개 자회사별 총괄 그룹장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각 회의체를 통해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관리형 거버넌스가 특징이다.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경영 승계 절차로 연말 조직개편이 미뤄졌다. 하지만 앞서 지난 9월 임종룡 회장 주재로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구성해 지주 중심 이행 체제를 갖췄다. 우리은행은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투·융자 전담 조직을 각각 신설했다. 아직 그룹 통합 전담 조직은 없지만 지주 전략 중심의 방향성은 뚜렷하다.
생산적 금융 조직 설계의 차이는 수장들의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KB와 하나금융 모두 그룹 내 최고 투자·자본시장 전문가를 전진배치했다. 당면과제인 생산적 금융을 ‘CIB·자본시장 드라이브’로 풀겠다는 의지다.
KB금융은 CIB마켓부문장에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를 앉혔다. 그룹 내 CIB 분야를 대표하는 경영진이다. 하나금융도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에게 투자/생산적금융부문장을 맡겼다. 강 부회장은 은행·자산운용·증권을 두루 거친 영업·투자 전문가다.
신한금융은 지주 CSO(최고전략책임자)에게 생산적 금융 추진단 사무국장을 맡겼다. 추진위는 진 회장이, 추진단은 그룹 CSO인 고석헌 부사장이 이끄는 형태다. 그룹 전반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관리 체계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