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한 보험사기 수법이 현실화하면서 보험업계 전반에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AI 기술 악용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보험금 청구 방식은 여전히 종이 서류와 사진 제출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성형 AI 악용 사례가 나타나며 보험금 청구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챗GPT를 이용해 병원 진단서와 확인서를 조작해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가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생성형 AI가 보험사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위조문서가 보험금 심사 과정에 본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실손24'처럼 의료기관이 보험사로 진료정보를 직접 보내는 게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위험이 새로운 기술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실손보험을 비롯한 다수 보험 상품의 보험금 청구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서류를 촬영해 제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문서의 진위는 사후 심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위변조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보험사들은 AI로 생성된 문서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며 심사 고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청구구조 개선보다는 기술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I가 개입하기 쉬운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역시 보험금 청구구조 개선 논의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보험 청구는 환자와 보험사 간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병원 차원의 전산 연계나 시스템 투자 필요성이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제도 개선은 보험사·병원·당국 사이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자 청구 시스템 '실손24'가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손24는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진료 정보를 직접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병원 참여율이 높지 않아 현장에서는 여전히 종이 서류와 사진 제출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구 전산화가 되면 편의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결국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참여해 주느냐가 관건"이라며 "당장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점진적으로 참여가 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