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크래프톤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발 중인 신작들을 연이어 공개하고 AI를 핵심 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PUBG: 배틀그라운드’ 이후의 새 동력원을 발굴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크래프톤이 최근 공개한 신작 ‘PUBG: 블랙버짓’ (이미지=크래프톤)

29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달 들어 ‘PUBG: 블랙버짓’의 첫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블랙버짓’은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 스튜디오의 신작이다. 배틀로얄 게임이었던 전작과 달리 탐험과 발견을 중심으로 한 PvPvE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택했다. 숨겨진 시설을 탐험하고 전리품을 수집하며 섬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다.

테스트는 스팀에서 진행했다. 특히 비밀유지계약(NDA) 없이 진행함으로써 스트리머와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리뷰 등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의 초기 빌드를 개방적인 형태로 경험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지스타 2025’에서는 ‘팰월드 모바일’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원작의 요소들을 모바일에 최적화한 타이틀이다. 현장에서도 ‘아이온2’에 이은 인기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크래프톤이 신작들을 연이어 공개하는 배경에는 ‘포스트 펍지’ 발굴이 있다. ‘배틀그라운드’ 이후에는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PUBG IP(지식재산권)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도 ‘원히트 탈출’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게임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비전은 신작 게임이라는 뜻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업체들도 치열하게 신작을 개발 출시하고 있어 PUBG의 트래픽과 매출 관련 자연감소 리스크는 상존한 사안”이라며 “해당 환경 속에서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IP 다변화가 필수적일 것으로 강조한다”고 말했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회사에서 성장을 위해 투자가 지속·강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은 실제 회사 규모가 레벨업될 때 주목할 것”이라며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산업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할 것을 믿지만, 명확한 파이프라인이 드러나기 전까지 이를 밸류에이션으로 수치화 시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특히 최근에는 AI를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관련해 지난 10월 ‘AI 퍼스트’ 전략의 실행을 선언했다. AI를 중심으로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촉진하고 전사 생산성을 높여 중장기 기업가치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실제로 이들은 게임업계에서 AI 관련 행보를 가장 활발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게임 이용자와 자연스레 상호작용하는 CPC를 개발하고 있다. ‘인조이’에 들어간 ‘스마트 조이’가 대표적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내년에 ‘PUBG 앨라이’를 아케이드 모드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도 SK텔레콤 정예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PUBG IP의 성과를 발판 삼아 회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행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규채용을 동결하고 창사 최초로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단행했다. 채용 동결에 대해 회사 측은 비용 절감보다는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지난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고도 이 같은 조치를 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조직 안정화를 이들의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하지만 다소 갑작스러운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빠르게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에 개별 구성원들도 잘 적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조직을 안정화시킬 필요도 있지 않겠나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