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미국 법원이 고려아연 이그니오 인수 의혹과 관련해 기존에 내렸던 증거개시 명령을 그대로 유지했다.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24일 고려아연이 영풍측의 증거개시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한 요청에 대해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그니오 인수 관련 자료와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다시 한 번 확인받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항소 및 증거조사 중지 신청 등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증거개시가 진행되더라도 영풍이 페달포인트 관련 모든 문서를 일방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아니며 양측의 협의와 선별 절차를 거쳐 범위가 정해진 자료만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이그니오의 연 매출은 수백억원대에 그쳤다. 고려아연은 인수 이후 페달포인트를 통해 이그니오, 캐터맨, MDSi 등을 순차적으로 편입하며 미국 자원순환 사업 거점으로 키워왔다는 입장이다. 페달포인트는 올해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해 사업성이 입증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미국 법원 결정으로 영풍이 확보하게 될 관련 자료들은 이그니오 인수 과정의 적정성과 이사회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따지는 국내 주주대표소송에서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 노력이 국제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페달포인트 인수와 경쟁력을 둘러싸고 악의적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