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선언으로 공백을 채울 신규 면세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10일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이달 재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인 구역인 DF1 구역과 DF2 일부 구역의 공백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 공고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연내 재입찰 공고를 목표로 입찰 조건과 기준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 상황과 업계 여건을 종합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사진=연합뉴스)

DF1, DF2 구역은 화장품과 향수, 주류 및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핵심 면세 구역으로 상징성과 집객력을 모두 갖췄다. 다만 코로나 이후 여객 수는 회복했지만 면세점 방문 고객들이 줄면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계약에 따라 두 회사는 반납 후 6개월이 되는 내년 3월 16일과 4월 27일까지 영업을 이어간 뒤 철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의 적극적인 입찰 경쟁 양상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53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이후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 베트남 다낭 시내점 등 국내외 부실 점포들도 정리하며 비용을 절감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인천공항 면세점에 재입점해 본격적인 외형 확대를 꾀할 가능성도 높다.

현대면세점도 올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면세점은 3분기 매출액 3871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공항점 호조 및 운영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4억원 증가했다.

현대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DF5(럭셔리 부티크) 사업권을 획득해 운영 중이다. 이미 공항 내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DF1이나 DF2와 같은 핵심 구역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이 구역에 진입하게 될 경우 시장 지위와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항에 매장이 없는 롯데면세점과, 기존에 DF5만 운영 중인 현대면세점이 가장 유력한 참여 후보로 꼽히고 있다”며 “적당한 범위의 입찰 가격과 수수료를 저울질하면서 눈치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방법원의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 인하 조정 결정이 추후 입찰 경쟁에서 임대 수수료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지방법원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조정 신청에 대해 각각 25%, 27% 인하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이의신청을 내면서 효력은 발생하지 못했다.

주요 면세사업자들의 이탈과 법원의 조정으로 향후 인천공항이 입찰 공고를 낼 때 임대료의 최소 보장액(최저수용금액)을 낮추거나, 매출에 더욱 연동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계약 조건을 면세업계에 유리하게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대료 산정 방식이 면세업계에 유리하게 수정될 경우 이탈했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다시 입찰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다만 철수 기업들은 사업수행 신뢰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해외 면세업체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 태국 킹파워, 프랑스계 라가르데르, 스위스 아볼타 등 최소 네 곳의 글로벌 사업자가 인천공항 입찰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신라, 신세계도 경쟁에 다시 뛰어들 지 아닐 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 역시 공실 장기화를 막기 위해 임대료 기준을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